아태재단 부이사장 김홍업씨의 수상한 돈거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검찰은 그제 홍업씨가 측근인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김성환씨를 시켜 현금 12억원을 세탁했다고 밝혔다. 김성환씨는 지난 해 1~7월까지 4차례 홍업씨에게서 받은 현금을 돈세탁을 거쳐 100만원짜리 수표로 바꿔줬다.
이 돈은 홍업씨가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까지 아태재단 직원 10여명을 동원해 세탁한 16억원과는 별도의 돈이다. 결국 홍업씨의 돈세탁 액수는 이번 12억원을 포함해 밝혀진 것만 28억원에 달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이 홍업씨에게 흘러들어간 경위도 의심스럽지만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기에 복잡한 돈세탁까지 해가며 출처를 숨기려 했는지 궁금하다.
돈세탁은 비리의 대가로 받은 돈이나 비자금, 마약대금 등 범죄로 조성된 돈의 출처를 은폐하기 위해 은밀히 이루어지는 행위다. 영수증이 있는 후원금이나 출처가 분명한 성금이었다면 숨길 이유가 없다.
뒤집어 얘기하면 홍업씨가 세탁한 돈은 떳떳이 밝힐 수 없는 ‘뒤가 구린’ 돈이라는 말이다. 이 돈이 대선 잔여금이거나 정치자금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권개입 대가로 받은 돈과 개인 돈, 아태재단 후원금 등이 뒤섞여 있을 개연성이 크다. 홍업씨 사법처리의 핵심 포인트는 대가성 있는 돈이다.
그래서 홍업씨가 돈세탁을 부탁한 돈이 모두 현금이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금융실명제 이후 청탁 대가로 건네는 돈은 보통 현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김성환씨가 지난 해 5월 평창종합건설에서 울산시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제공 수사 무마비 등으로 2억원을 받은 대목도 그와 홍업씨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 크다.
검찰이 세탁된 돈의 출처와 대가성을 철저히 규명하고 홍업씨의 수사개입 여부도 밝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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