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 오니 또 다시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이번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선 어떤 명승부가 나올까.아마 그 전망은 최근에 열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바이에르 레버쿠젠(독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경기엔 현대축구의 모든 흐름이 담겨 있었다.
■공격축구 득세 전망
결승전 같이 큰 경기에선 선수들이 페널티지역을 철저히 사수하는 수비축구를 선보이기 일쑤다. 그러다 상대방의 틈이 보이면 기습 공격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런 경향은 월드컵 토너먼트(2라운드 이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은 달랐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휘슬이 울리기까지 양팀은 철저히 공격위주의 축구를 구사했다. 결국 승부는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 결정됐다. 카를루스의 긴 스로잉을 받은 라울의 골로 마드리드가 1-0으로 리드를 잡자 레버쿠젠의 루시우가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승골은 아트사커의 위대한 지휘자 지단을 위한 각본이었다. 지단의 발리슛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이 경기를 통해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지단이 피구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프랑스는 더 강해져
프랑스는 1998년 대회보다 훨씬 좋은 스트라이커들을 보유하고 있다. 유벤투스에서 뛰는 트레제게는 이탈리아 세리에 A, 앙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세는 프랑스리그에서 각각 득점왕에 올랐다.
에메 자케가 자신이 이끌던 4년전의 프랑스보다 지금의 프랑스가 더 뛰어나다고 믿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그것은 자케가 자신의 후임자 로제 르메르를 (우승하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된다.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되돌아 보자. 나는 이날 승자로 주목받은 지단은 물론이고 라울이나 피구, 레버쿠젠의 발락 등이 가장 뛰어난 플레이를 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돌풍의 핵' 터키 주목
나는 이날 경기 최고의 플레이어로 레버쿠젠의 일디라이 바슈튀르크(터키)를 지목하고 싶다. 미드필드에서 지단의 맞상대, 바슈튀르크의 선전으로 터키가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나는 감히 자신하고 싶다.
이처럼 개인적인 성공담을 안고 아시아로 달려가는 선수 중에는 일본의 오노 신지도 포함돼 있다. 로테르담에서 맹활약, 일본의 기자들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오도록 만든 선수다.
월드컵 무대는 모두에게 기회의 장이다. 그런 무대는 없다. 바이에른의 로케 산타 크루스(파라과이)는 자신의 조국을 위해, 또 처음 두 경기를 뛰지 못하는 골키퍼 칠라베르트를 위해 골을 넣겠노라고 나에게 공언했다.
나는 그가 충분히 월드컵 스타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만 그 상대팀이 독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선수뿐 아니라 36명의 심판(주심)에게도 월드컵은 도전의 무대다. 그들은 페널티 킥을 유도하는 선수들의 유혹에 직면할 것이고 세계축구팬들은 그들의 휘슬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들에게 너무 압력을 가해 사사건건 휘슬을 불도록 해서는 안 된다. 경기는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월드컵이 곧 시작된다. 선수들이 모든 것을 바칠 시간이 가까워 온 것이다.
●프로필
▦생년월일:1945년 9월11일 독일 뮌헨 출생
▦월드컵 출전:1966년(잉글랜드) 70년(멕시코) 74년(서독)
▦월드컵 우승:74년(서독ㆍ선수) 90년(이탈리아ㆍ감독)
▦A매치 출전:103경기 14득점
▦별명:카이저(황제)
▦포지션:최종 수비수(스위퍼)
▦소속팀:바이에른 뮌헨, 뉴욕 코스모스, SV함부르크
▦바이에른 뮌헨 구단주
▦2006년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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