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종주국 영국 런던의 펍(선술집)들은 요즘 10일 앞으로 다가선 한일 월드컵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영국 축구팬들에게 펍은 함께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경기를 시청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펍들은 백색바탕에 붉은 색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잉글랜드 깃발을 저마다 내거는 등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잉글랜드 경기가 대부분 법적으로 문을 열지 못하는 아침 7시 30분에 치러진다는 점. 그러자 최근 한 펍 주인은 치안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월드컵 기간에 아침 7시부터 문을 열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영국 축구팬들은 나이지리아와 경기가 벌어지는 다음달 12일 오전 7시 30분 서둘러 출근해 런던 시내 펍에 몰려가 아침식사와 맥주를 먹으면서 환호성을 지를 생각에 들떠 있다. 그래서 영국 정부가 고민이다. 영국 근로자들이 월드컵 기간에 일손을 놓고 TV에만 매달리면서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1일 ‘월드컵과 일터의 생산성’이라는 기사에서 신용카드회사인 ‘바클레이 카드’의 조사를 인용, 영국 근로자의 40%가 잉글랜드 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기업주가 휴무일로 하든 안 하든 일터에 나오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잉글랜드 팀이 이기면 이길수록 경제에는 마이너스가 될 전망이다. 잉글랜드가 우승하면 영국 경제의 생산 감소액은 32억 파운드(46억 7,000만달러)에 이르고 만약 32강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면 그나마 피해액이 12억 파운드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급해진 영국 무역ㆍ산업부는 근로자들에게도 대회 기간 중 과음을 삼가고 책임있는 근무 자세를 보여주도록 당부하고 있다. 월드컵이 참가국 국민의 음주습관과 근무패턴은 물론 심지어 거시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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