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ㆍ구속)씨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김홍걸(金弘傑ㆍ구속)씨를 끌어들인 것은 경쟁관계였던 한국전자복권측의 막강한 로비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 차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있다.검찰은 일단 사업자선정과정에 있어서 홍걸씨의 구체적인 역할을 규명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한국전자복권의 불법 로비 정황이 포착될 경우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정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송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당시 한국전자복권이 여권실세를 등에 업었다는 소문이 있었고 자칫하면 수년간 공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홍걸씨에 접근한 이유를 설명했다.
타이거풀스는 1998년 영국 리틀우즈사의 풀스사업 아시아총판권을 따내 체육복표 사업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99년 관련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파상적인 로비를 펼치는 등 업계에서 선구자 지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은 결국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200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업계나 언론 등에서는 타이거풀스가 사업자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뒤바뀐 것은 2000년 8월 사업설명회를 앞두고 사업참가의향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부터.
당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자복권의 배경에 체육진흥공단과 여러 여권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업체들이 합종연횡하는 과정에서 소문은 더욱 구체화했다.
입찰에 참여했다 중도 포기한 업체의 한 임원은 “자본금 20억 안팎의 전자복권 컨소시엄에 대형은행과 언론사가 참여하고 특히 체육진흥공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BS 스포츠 TV, 체육복권판매주식회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은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송씨가 홍걸씨에게 선을 닿으려 최규선(崔圭善)씨를 만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전자복권의 배경에 두려움을 느낀 송씨가 더 강한 줄을 잡기 위해 손을 뻗친 것이 홍걸씨였다는 것이다.
홍걸씨의 구체적인 영향력 행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타이거풀스는 2000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타이거풀스측 관계자는 “이후에도 2000년 연말 체육공단측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타이거풀스 시스템 결함을 문제삼은 공단내부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생겼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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