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인터뷰 / 강동석 신임 한국전력 사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인터뷰 / 강동석 신임 한국전력 사장

입력
2002.05.21 00:00
0 0

≪강동석(姜東錫ㆍ64) 신임 한국전력 사장과의 만남은 취임식이 있었던 17일 저녁무렵 이뤄졌다. 하루 종일 임명장 수여식에, 취임식에, 업무보고에 지칠 법도 했건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졌다.늦은 저녁 인터뷰를 마치고도 또 다른 일정이 남아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 같은 정력이 8년 간 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및 인천국제공항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과 역경을 이겨내며 성공적인 개항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랜 교통공무원 생활 끝에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그는 인천공항의 성공적인 건설과 개항을 통해 유능하고 깨끗한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질을 확실히 인정 받았고, 이것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 사장을 맡는 배경이 됐다.

그가 과연 국가적 현안인 발전회사 민영화와 한전의 구조조정 작업을 잘 마무리해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의 다짐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대담=배정근 경제부장

-또 다시 중책을 맡게 됐는데, 한전 사장으로 선임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아시다시피 3월29일에 인천공항 사장 임기가 끝나 물러났습니다. 작년 3월 인천공항 개항 후 꼭 1년간 공항을 운영하고 대과 없이 마치는구나 하는 생각에 홀가분한 마음이었어요.

퇴임 후에 할 일에 대한 구상도 많았구요. 그래서 처음 한전 사장 제의를 받았을 땐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전력분야가 생소한데다, 그런 중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요.

하지만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권유에 기회가 주어지면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공기업을 경영했던 경험과 신공항 건설 및 개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퇴임 후 구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우선 국내외 여행을 좀 하고 싶었어요. 여태까지 아내와 해외여행 한번 못해봤거든요. 그래서 환갑 때 같이 가자 했는데(강 사장은 아내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초등학교 동기동창생이라고 했다) 공항 건설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어서 못하고, 개항 후인 작년 5월에야 휴가를 얻어서 최초로 괌에 동반여행을 했어요.

이번에도 퇴임 후 독일 뮌헨에 친척이 있어서 방문차 함께 나갔다가 임명절차 때문에 일정을 단축하고 들어왔습니다. 또 8년간 공항 건설 및 개항 과정에서 모아 놓은 방대한 자료(이삿짐 상자로 5개 분량이라고 했다)를 토대로 실패나 시행착오, 아쉬웠던 점 등을 책으로 정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데 교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지요. 이 일은 당시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시간이 나는 대로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데‥”

-공항 사장으로 일할 때는 공항내 컨테이너 사셨는데, 이사를 했나요.

“용인의 신축 아파트(71평)로 이사했습니다. 아내와 아직 결혼 안 한 아들과 살고 있어요. 조용하고 먼지가 없어 좋습니다.”(인천공항 시절부터 딸처럼 키우던 진돗개 ‘영희’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 수 없어 단독주택에 사는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했다. 진돗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장시간 자랑을 했다.)

-공기업 사장을 8년이나 하면서 청탁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대목 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들어주어서 일을 그르칠 수 밖에 없는 청탁은 듣지 않기로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습니다. 대부분의 청탁이 공사 하도급을 달라는 것이었어요. 청탁을 하는 경우는 대개 건실하지 못한 회사들입니다.

부실 공사라도 하면 나중에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처음엔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이 쌓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대신 거절해야 할 사안일수록 친절하게 성의껏 설명해주려 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거대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입장에서 CEO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업들도 이제 과거와 달리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정도경영이 왕도라는 생각입니다. 편법은 오래 갈 수 없어요.

특히 공기업의 경영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회와 절차의 공정성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여건에서 공기업 경영자는 유능한 관리자보다 선량한 관리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전 업무에 대해서는 취임 전에 공부 좀 하셨나요.

“나름대로 살펴보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업무가 방대하고 막중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봄에도 큰 진통을 겪었는데 당면한 문제(발전회사 민영화)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갈지 어깨가 무겁습니다.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고 정부 입장과 조율하면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민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9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민영화는 대세입니다. 전력산업은 물론이고 공익성이 더 큰 철도 도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도 민영화가 많이 됐어요. 심지어 사회주의 중국도 베이징 공항을 일부 민영화해 외국기업에 주식을 매각했습니다. 도도한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어요.

민영화의 취지를 십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관련 법에 따라 정부가 방침을 이미 확정했고 시행만 남았는데 집행과정서 다소의 가감이나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기본 방향이나 원칙이 훼손되어선 안 됩니다.”

-결국 노조의 반대가 관건인데요.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지난 번에 한 달 이상 장기 파업을 했는데 사전에 (노조와의 관계에서) 뭔가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노조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파업 예방 차원이 아니라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지루한 과정이 되더라도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노조 협조 없이는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정당하고 실현 가능한 주장은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이해가 상충되는데 잘 되겠습니까.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도 어린애에게 억지로 먹으라고 하면 처음엔 안 먹습니다.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시대적 명제입니다. 잘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 공통의 광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선을 다하되 파업이 발생하면 원칙은 엄격히 지킬 겁니다. 지난 번 파업에서 보았듯이 민영화 반대 파업은 국민들이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파업 참가자 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이미 일단락됐다고 봅니다. 이제부터 새 출발을 해야지요.”

-파업과 관련해 발전회사 사장단에 대한 인책론도 제기됐는데요.

“파업 뿐 아니라 노사관계를 비롯해 경영전반에 대해 파악한 후 필요하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파업에 국한해서 책임 소재를 따질 생각은 아직 갖고 있지 않습니다.”

_자회사인 파워콤 매각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사려는 측과 팔려는 측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 것 같은데요.

“현재 매입을 원하는 업체들로부터 입찰의향서를 받고 있는 걸로 압니다. 제일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해 금년 내에 매각을 완료할 계획인데 꼭 12월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겁니다. 협상이란 게 약간의 융통성은 있게 마련이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발전회사 외에 기존 자회사 매각 방침은 변함 없이 추진할 생각인가요.

“민영화 원칙은 지켜나갈 겁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부분은 한전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필요하다면 매각 대상 자회사의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매각할 수도 있겠지요. 세세한 부분을 검토해 본 뒤 판단하겠습니다.”

●약력

▲ 1938년 전북 전주

▲ 전주고, 경희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 65년 제3회 행정고시 합격

▲ 79~82년 교통부 관광국장, 도시교통국장, 육운국장

▲ 82~87년 민정당 교통ㆍ체신 전문위원

▲ 87~92년 교통부 기획관리실장

▲ 92~93년 해운항만청장

▲ 93~94년 교통안전진흥공단 이사장

▲ 94~99년 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 99~2002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정리=김상철기자

sckim@hk.co.kr

사진=최흥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