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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탈북자 외교전 '판정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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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탈북자 외교전 '판정패'

입력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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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양(瀋陽)의 일본총영사관에서 중국 경찰이 탈북자 5명을 연행한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일본의 판정패가 굳어져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0일 일본 정부가 길수군 친척들에 대한 직접 조사 요구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중국측에 탈북자들이 추방되기 전에 사전통고를 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는 것이다.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보다는 우선 인도적인 차원에서 탈북자 5명이 출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조사와 함께 중국측의 즉각 사죄를 요구하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이다.

사건이 발생한 8일 일본은 중국 경찰이 ‘영사관계에 관한 빈 조약’을 위반했다며 기세등등했고, “총영사관의 안전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중국측의 해명이 궁색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당국이 잇따라 새 사실들을 폭로하면서 일본측은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새벽 갑자기 “일본총영사관의 동의를 얻은 뒤 연행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외무성은 “동의해 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사건의 초점이 중국 경찰의 진입체포에서 일본의 동의 여부와 초동대응의 문제점으로 바뀌어 버렸다.

13일 일본 외무성은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다음날 일본 부영사가 탈북자가 전해준 망명의사를 담은 영문 편지를 그대로 돌려주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이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중국측은 현지 조사에 나선 일본 민주당 조사단에게 “일본 부영사가 전화로 감사를 표명했다”, “부영사가 현장에서 중국 경찰대장과 악수를 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연속적으로 흘렸다.

일본측은 “전화나 악수를 했지만 동의 표시는 아니다”고 해명하는 등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동향과 일본 외무성의 수를 손바닥처럼 읽은 중국이 일본측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요미우리는 “끝까지 중국 페이스에 끌려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총리실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외교전의 핵심인 정보전에서 일본이 패했다”고 판정했다. 이날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외무성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75%로, 중국측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 70%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일본측은 탈북자들이 추방된 뒤에도 중국측과 외교전을 계속할 것인지, 체면이 깎이더라도 관여를 포기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반면 승세를 굳힌 중국측은 천지첸(錢基琛) 부총리가 “탈북자 문제는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짐짓 여유있는 표정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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