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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라이프] 가장 큰 敵은 우리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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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라이프] 가장 큰 敵은 우리안에

입력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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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골프친구 한 분이 돌아가셨다. 십여 년 전 함께 골프를 하면서 알게 되어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친구 겸 선배로 막역하게 지내오던 분이었다. 골프친구는 지난 4월2일 안양의 조그만 병원에서 우연히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큰 병원으로 옮기고자 하는 데 병실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연락을 그의 친구 S씨로부터 받은 때가 4월6일이었다. 하지만 애써 병실을 구해드린 보람도 없이 췌장암 판정을 받은지 꼭 40일만에 돌아가셨다.

오후 재판을 마치고 영안실을 다녀오는 데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었다.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썩는다. 그렇게 썩는 원인은 몸속에 있던 각종 세균때문이다.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와 사체가 썩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부패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골프친구의 죽음은 전혀 다른 측면에서 필자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필자는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떤 벤처기업가를 우연히 알게 되어 그의 고문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가 경영하는 회사가 동종업계에서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그는 물론이요 그의 회사도 건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혼란스러웠다. 특히 언론매체에서 그 회사에 관한 기사를 볼 때면 훨씬 당혹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맡긴 사건의 변론준비를 위해 면담하던 중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의 통화내용을 듣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고문변호사를 그만 두었다. 그 후 그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회사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의 구속된 모습을 보면서 “나쁜 놈, 사기꾼!”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욕하는 이들 가운데 그를 떠받들면서 잇속을 챙기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사람들이 적지않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필자는 사기당하는 사람과 배신당하는 사람의 차이는 후자의 경우 배신자와 달리 상대를 깊이 신뢰하다가 화를 당함에 반해 전자는 사기꾼과 비슷한 사행심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화를 입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필자는 사기당했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이 맡기고자 하는 소송업무도 수임하지 않았다. 구속된 그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젯밤에는 어떤 골퍼가 내기골프를 하다가 캐디의 뺨을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내기골프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않아 속이 상해 있던 차에 캐디의 태도가 눈에 거슬려 화풀이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골프야말로 잘되든 못되든 자기하기 나름인 것인데.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음이 틀림없다. 땅에 묻힌 사체가 썩어가는 모습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소동기의 골프&라이프’는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월드컵대회 기간동안 일시 중단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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