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뒷통수를 맞아 정신이 멍한 느낌입니다."KT민영화를 위해 주식매각을 주도했던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5%의 지분청약을 통해 KT의 최대주주로 등장한 당혹감을 이 한마디로 대신했다.
당초 정통부는 특정기업이 KT경영 뿐만 아니라 통신시장에 강한 입김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삼성, LG, SK 등 3자가 나란히 3% 정도씩을 나눠갖는 황금분할을 꿈꿔왔다.
그러나 결과는 SK텔레콤이 매각 대상 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정통부의 황금분할 구상은 말 그대로 꿈에 그치고 말았다.
그럴 리는 없다고 SK텔레콤은 주장하고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이번 결과로 KT와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시장을 좌우하는 공룡이 될 수도 있다.
원인은 시장논리만 믿었던 정통부의 안이한 판단과 짧은 생각이었다.
관련업체들은 정통부에서 참여기업들에게 주식 청약 한도만 정해놓았어도 간단하게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 관계자도 "청약 한도 등의 조치를 검토했으나 서로 기업들끼리 견제하는 시장논리에 의해 주식배분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줄 알았다"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고 짧았던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정통부의 안이한 판단이 국내 통신시장의 미래 판도를 좌우할 엄청난 사건을 만든 셈이다.
정통부는 뜻하지 않은 결과에 당황해 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정통부는 SK가 5%를 청약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이를 낮추도록 강력하게 종용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특정기업에 좌우되지 않도록 가능한 규제조치를 최대한 가동해 온 국민이 우려할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연 안이한 판단과 단견으로 우려할 일을 만든 정통부에서 뒤늦게 어떤 내용의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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