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직전 관련 정보를 보고받고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후속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여러 단서들이 포착돼 미국민들이 다시 불안해하고 있다.미국은 지난해 10월 11일 1차로 후속 테러 비상령을 발령한 이래 10월 29일 2차, 12월 3일 3차 테러 비상체제를 갖춘 후 올들어 테러 경계가 다소 느슨해졌으나 이달 들어 정부와 언론이 잇달아 추가 테러 조짐을 경고하고 있다.
■추가 테러 경고와 정부의 대응
딕 체니 부통령은 19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 공격이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체니는 NBC와 FOX뉴스 등에 잇달아 출연, “내가 갖고 있는 정보로는 알 카에다의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는 가정이 아니라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체니는 “우리는 그것이 내일인가, 아니면 다음 주인가를 모르고 있으나 이는 우리가 그들의 조직을 와해시켜 그들의 작전 수행이 어렵게 만드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미국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은 아주 매우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체니의 발언은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곤경에 빠진 부시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악관은 20일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테러 관련 정보를 정밀 재점검하고 국경과 공항 출입국에 대한 경계를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미 정부는 이에 앞서 13일 미국트럭협회와 연계해 300만명에 이르는 트럭 기사들을 테러감시요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트럭 기사들은 테러분자들이 화학물질이나 휘발유 등을 이용해 정부 주요기관이나 교량, 터널 등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에 대비해 24시간 경계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미국 공항보안당국은 비상사태 시 기내 탑승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긴급전화 번호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미 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시행되는 이 무료 이용 긴급전화 번호는 탑승객들이 전화를 걸면 즉시 정부의 테러 관련 정보기관과 연결된다.
■예상되는 테러 유형과 시기
미 정보당국은 추가 테러는 원자력발전소와 고층 건물 및 교량 등에 대한 폭파와 탄저균 등을 이용한 생화학 공격이나 낮은 수준의 핵물질 공격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 관리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핵발전소를 공격할 것이라는 워싱턴 타임스의 보도를 사실이라고 19일 확인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이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힌 알 카에다 고위참모 아부 주바이다가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등 미국의 서너 개 원전 시설에 대해 조직원들이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FOX뉴스는 이날 이슬람 극단주의자 25명이 3월 이후 화물선을 타고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조지아주의 사바나,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 등을 통해 밀입국해 암약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고층 아파트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제기됐다. 데브러 와이어먼 연방수사국(FBI) 대변인은 18일 “알 카에다의 수뇌부가 미국 아파트 건물을 임대해 폭발물을 설치하는 계획을 숙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고 철저한 주의를 요망했다.
이밖에도 탄저균을 비롯한 생화학공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뉴욕주의 주의회 특별감독조사위원회는 19일 “생화학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연방정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뉴욕시 상수도 시설의 안전 조치는 생화학공격에 아직도 너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인했다.
■미국민의 분위기
미국민들은 지난해 테러 정보를 입수하고도 미흡하게 대처했던 사실로 미루어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또 다시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갖고 있다.
CNN 등 방송들은 연일 추가테러에 대비한 비상대처 요령을 설명하는 등 준전시체제를 방불케하는 분위기다.
한편 뉴스위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민들의 거의 절반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테러정보에 대해 적절히 대처했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48%는 부시대통령이 원만한 직무수행을 했다고 응답한 반면, 39%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신 미국민들은 75%가 FBI와 CIA가 테러정보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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