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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빵과 장미 - "우리는 빵만 먹고 살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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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빵과 장미 - "우리는 빵만 먹고 살수없다"

입력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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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한쪽에서는 남아돌아 버리는 한 줌의 빵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 이데올로기와 권력 투쟁으로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할 수 없는 전쟁속의 사람들.영국의 대표적 좌파감독 켄 로치(66)의 영화인생은 그런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저항과 울분이었고, 그 속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지지였다.

1990년 ‘하층민’부터 스페인 내전 참상을 담은 ‘랜드 앤 프리덤’(1995), 한 여자를 통해 니콰라과 내전속에서 비참한 민중의 삶을 그린 ‘칼라송’(1996) 하층민의 아픔에 초점을 맞춘 ‘내 이름은 조’(1998년)까지 그의 영화는 늘 자유와 평등을 꿈꾸고 그를 위한 투쟁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는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간다. 인간이 어찌 빵만으로 살 수 있으랴. 인간다운 행복을 누릴 장미도 필요하다.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휴식과 건강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세계 제1의 자유와 풍요의 나라인 미국 땅에서.

언니 로사(엘피디아 카릴로)가 사는 미국으로 아슬아슬하게 밀입국한 멕시코 처녀 마야(파일러 파딜라).

그녀가 고층건물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하기 위해 언니는 감독관에게 몸을 팔아야 했고, 그녀는 한달치 월급을 바쳐야 했다.

그렇게 해서 취직한 노동현장은 어떤가. 라틴계가 대부분인 환경 미화원들은 청소대행업체로부터 걸핏하면 해고에 시달리고 임금을 착취당해야 한다. 형부가 당뇨병으로 고생해도 언니는 휴가나 의료보험은 꿈도 못 꾼다.

인권변호사 샘(에이드리언 브로디)이 그들에게 당연한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동조합결성을 권유한다.

감독관의 방해와 백인인 샘에 대한 불신, 해고위험 속에서의 배신으로 갈등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용기를 가지고 거리로 나선다.

“우리는 빵과 함께 장미도 원한다”고 외치면서. 그리고 그들은 승리한다.

‘빵과 장미’는 사회적인 영화다. 미국 유색인종의 노조결성 과정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과 횡포를 고발하고, 작은 힘이지만 노동자의 단결이 얼마나 절실한지 또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백인들이 권리를 빼앗고, 이민법으로 괴롭혀요. 싸우다 죽더라도 무릎 꿇진 말아요’라고 노래하고, 샘은 그들에게 “우리는 항상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선동적이거나 구호로 빠지지 않은 것은 인간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려 했기 때문이다.

동료를 배신한 것에 화가 나 찾아온 동생에게 가난한 삶 때문에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과거를 절규하듯 털어놓는 언니 로사, 노조결성으로 해고돼 대학입학금을 내지 못하는 동료 루벤을 위해 도둑질까지 하는 천방지축 마야, 그런 마야와 샘의 사랑을 영화는 웃음과 눈물로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과거 켄 로치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나이가 주는 여유일까. 달라진 세상에 대한 그의 변화일까, 아니면 미국에 대한 조롱끼가 발동한 것일까. 2000년 칸영화제 경쟁작. 24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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