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우리들의 부족하였음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여러분의 민주 전열에 전우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두 사람은 오로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함께 그 뜻을 받들어 민족과 민주제단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하는 바입니다."이 참회의 말은 양김씨(김영삼과 김대중)가 1983년 8월 15일에 발표한 공동선언 내용의 일부이다.
두 사람 모두 참 뻔뻔하기도 하다. 그들은 그런 맹세를 한 이후에도 여러 번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족과 민주제단에 그들의 모든 것을 바치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민족과 민주제단을 모욕하는 일마저 해왔다는 걸 누가 부인할 수 있으랴.
그러나 나는 양김씨의 애국심을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들이 한국 사회에 끼친 공을 높게 평가한다.
나는 그들에 대한 세간의 혐오와 증오가 하늘을 찌를지라도 그들의 공과(功過)에 있어서 공이 훨씬 더 크다고 보며 그걸 부각시키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사실이 그렇거니와 그들이 전면 부정되면 모든 개혁·진보세력도 억울한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모순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이 세상과 인간사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에 대해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 세상과 인간은 결코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을 옹호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된 건 아니다.
나는 앞으로 그들을 두고두고 옹호할 것이기에, 그들에게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대(對)국민 사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근간으로 삼는 사죄문을 두 사람이 발표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 두 사람은 이 나라를 위해 그 어떤 기여를 했건, 이 나라의 망국병이라 할 지역감정을 악화시켰으며, 권위주의적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패거리 문화를 강화시켰으며, 총체적 부패구조 문화를 방치하거나 그것에 편승하는 등 여러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무릎꿇고 사죄드립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된 것이 인간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웠던 반(反)독재투쟁의 부작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저희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면책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는 남은 여생동안 민족과 민주제단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하는 것으로 죄를 조금이나마 씻고자 합니다. 20년 전에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느냐고 추궁하지는 마십시오. 이제 대통령을 했거나 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다고 국민 여러분을 또 속이겠습니까. 저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만, 우선 지역감정 타파에 모든 걸 던지겠다는 약속부터 드리겠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저희들이 사죄의 말씀과 함께 국민 여러분들도 지역감정의 마술에서 깨어날 걸 간곡히 호소 드리겠습니다. 땀과 피와 눈물로 국민 여러분의 각성을 애원하겠습니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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