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규제로 카드업계를 압박하는 가운데 규제의 적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남발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 무분별한 카드 영업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인 반면 카드업계는 정부의 직접적 규제가 시장의 자율경쟁 원리를 훼손, 혼란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은 방문판매에 관한 규제. 금융당국은 무자격자 및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목적으로 금년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 길거리 카드모집은 물론 방문 영업행위까지 완전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방문판매마저 금지되면 신규회원의 70% 이상을 모집인에 의존하고 있는 전업 카드사의 경우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된다며 탄원서 등을 통해 정부방침의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업 카드사들은 특히 방문판매 금지조치로 모집인 제도가 사라지면 현재 10만 명에 이르는 모집인들의 대량실직 사태가 우려될 뿐 아니라 은행과는 달리 영업망이 취약한 전문 카드사들은 존립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집인에 의한 회원유치는 신청인을 1대 1로 대면 확인할 수 있어 인터넷이나 텔레마케팅에 의한 유치보다 본인확인을 철저히 할 수 있다”며 “은행대출이나 통신, 보험,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방문판매 방식을 카드업에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매출액 가운데 65~70%를 차지하는 현금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 역시 논란 대상이다. 카드사가 본업무인 결제서비스보다 부대업무인 현금서비스에 치중하다 보니 신용카드가 ‘대출카드’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게 정부측 논리.
정부는 여전법상 ‘현금 융통 최고한도를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현금서비스 한도를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카드대출 규모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서민들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를 줄여 가계파산 등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1년을 기준으로 신용판매액은 175조원, 현금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은 305조원”이라며 “둘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려면 신용판매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힘든 이상 현금대출 가운데 130조원은 강제로 회수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카드사로부터 상환압박을 받은 고객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결국 사채부담의 가중으로 개인파산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법으로 한도를 정하기보다는 은행의 소액가계신용대출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등 시장원리에 가까운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이 7월부터 모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집중, 관리토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카드사는 “카드사의 핵심자산이나 다름없는 현금서비스 대출내역을 다른 금융기관이 마케팅자료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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