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모를 일입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포기하다니….”강남의 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제게 혀를 차며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정관수술을 하고 싶다’며 25세 회사원이 여자친구와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고 합니다. “자식은 있어봤자 나중에 짐만 될 겁니다. 나만의 인생을 맘껏 즐기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명 꼴로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괜찮은’ 직업에 뚜렷한 주관을 가진 사람들이라지요. 보호자 동의를 받기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면 백이면 백 펄쩍 뛰며 반대하기 때문에 실제 수술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아직 아이가 없는 결혼 1~3년차의 남자들 중에서는 실제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복원율이 높아졌다고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정관수술은 ‘영구피임법’ 입니다.
임신 성공률은 60~65%로, 복원하더라도 수술 후 5년 이상 경과하거나 정자에 대해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되었을 경우에는 임신이 불가능합니다.
의사들이 이런 사실을 거듭 주지시켜도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다고 합니다.
“그래도 상관 없다. ”
아이를 다 낳은 뒤에도 ‘정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속설 때문에 피임으로서의 정관수술을 망설이던 이전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세태 변화입니다.
그만큼 자의식이 강해진 탓일까요, 아니면 자식 하나 키우기 힘들 정도로 세상살기가 각박해진 탓일까요?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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