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들 종국에게. 제주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느라 고생이 많겠구나. 힘든 연습일 텐데 가족들에겐 늘 “견딜만하다”면서 되려 위로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버지도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장한 아들을 떠올리며 건설 현장에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고 있단다.결코 간단치 않았던 테스트 과정을 거쳐 월드컵 엔트리에 들어간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팀의 16강 진출에 한몫하길 바란다. 네가 축구를 시작한 이후 배운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불사른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확신한다. 아버지는 우리 막내를 믿는다.
남들은 너를 히딩크 감독의 장학생이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히딩크 감독이 널 잇따라 중용한 까닭은 능력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지난해 두바이 4개국 대회 아랍에미리트전 이후 오른쪽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수비수,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넘나들며 네가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컨디션이 좋다지만 월드컵이 마무리 될 때까지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부상을 당하면 너 자신 뿐 아니라 우리 팀에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아버지의 욕심 같아선 골을 넣을 수 있는 포지션을 배정받았으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말자. 월드컵 출전 자체가 큰 영광이기 때문에 팀의 승리를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 팀은 객관적 전력상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축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다만 슛 찬스가 왔을 때는 좀더 대범하고 단호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축구 팬으로서 네가 종종 중거리슛이나 대시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보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수비에 충실하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는 후방에서 달려와 과감하게 강한 슈팅을 정확하게 날리는 아들을 보고 싶구나. 또 너에게 전문 키커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잉글랜드의 오른발의 마술사 베컴처럼 좀 더 정교하고 과감하게 시도하렴.
월드컵은 너에겐 정말 소중한 기회이다. 고교 및 대학시절 수비에서 최전방 공격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거치며 청소년 및 올림픽대표를 했지만 이번 만큼 호재는 없다. 마지막 남은 기간 좀더 집중력과 패스를 가다듬어 최상을 보여주길 고대한다.
부친 송민배(5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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