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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시장 장은 섰지만 거래는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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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시장 장은 섰지만 거래는 썰렁

입력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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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없잖아요.”투자기회 확대를 위해 잇따라 개설된 신규 금융시장이 투자자의 외면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제3시장(호가중개시스템)과 코스닥선물ㆍ옵션시장에 이어 야간전자거래시장(ECN), 개별주식옵션시장, 신주인수권(워런트)시장,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시장 등의 ‘파생 시장’ 이 힘을 못쓰는 것은 일부 제도상의 허점 때문.

전문가들은 “상품의 다양성과 양적 팽창에 비해 금융시장의 질적 성숙이 아직 미흡하다”며 “시장만 개설됐을 뿐, 운영 주체들이 투자자들의 관심과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쭉정이’ 제3시장

2000년 3월 ‘제2코스닥’으로 불리며 출범한 제3시장은 당시 벤처투자 열풍을 타고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간 호가에 의해 1대1로 사고팔아야 하는 불편한 매매방식에다 가격제한 폭이 없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문제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갈수록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개장 초 하루 평균 40억원 이상을 넘던 거래규모는 지금 하루 2억원 안팎으로 격감했고 그나마 전체 종목 179개 중 절반 이상은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불성실 공시와 영업악화로 매매가 정지되는 기업이 날로 늘어나는 데다, 제3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한 기업은 2년동안 단 3개사에 불과해 코스닥 진입을 위한 예비시장 역할도 거의 못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가치를 상실하자 증권사들도 올해 초 제3시장 투자분석 부서를 모두 없애 투자자들은 정보조차 얻기 어렵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위원회는 제3시장에 거래되는 종목에 대한 거래세를 현행 0.5%(매매가 대비)에서 0.3%로 인하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거래소 및 코스닥 퇴출기업들이 제3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진입제한을 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정경제부와의 협의에 난항을 겪고있다.

■반쪽 개별주식옵션

출범 100일을 넘기고있는 개별주식옵션시장도 거래량이 하루 1,000계약을 넘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 그나마 거래량의 대부분은 삼성전자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옵션이라는 유사 상품이 있는 상황에서 지수에 영향이 많은 종목 7개를 골라 개별옵션을 만드는 바람에 차별성이 없어 기관투자가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별옵션에는 일부 외국인과 개인들만 참여하고 있을 뿐 투신사들은 전체 펀드자산의 5%만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개별종목 제한규정’에 묶여 개별 주식옵션을 아예 매매하지 않고 있다.

■거래 끊긴 코스닥 선물

1년 전 도입된 코스닥 선물과 작년말 도입된 코스닥옵션도 거래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코스닥옵션은 2월 이후 거래가 끊긴 상태다. 코스닥 자체가 활력을 잃은 데다, 파생상품 시장 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선물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리스크가 높은 코스닥선물이나 옵션매매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선물거래소측은 거래활성화를 위해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코스닥옵션거래를 하는 회원사에는 별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지만 거래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절름발이 ECN

정규 시장 폐장 후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식을 사고 팔수 있는 ECN시장도 가격변동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하이닉스 거래소’로 전락했다. ECN 개장 이래 하이닉스가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59.62%, 거래대금에서의 비중은 23.81%나 된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거래량에서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날이 대부분이다.

ECN시장 기획팀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시간외거래와 차별성이 없는데다 지수가 오른 날에는 사자는 주문만 몰리고 내린 날에는 팔자는 주문이 몰려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고 호가편중만 심하다”며 “가격 메리트가 없는데 먹을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관이 나서야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량 거래가 가능한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증권사나 투신사들도 다원화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권연구원 최원근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금융시장이 갈수록 다원화되고 국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금융당국과 증권업체들이 전문인력과 시스템 확충에 손을 놓고 있다가는 고도의 금융기법이 필요한 파생상품 시장을 외국 업체에 모두 빼앗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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