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구속된 18일 저녁 청와대는 아주 짤막한 논평 하나만을 내놓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논평에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고,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국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변인은 막내 아들의 구속을 바라보는 김 대통령 내외의 심경도 더 이상 전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이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으로부터 법원의 영장 발부를 사후 보고 받고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이 월드컵 등 국정과제를 철저히 챙기라”고 당부했다는 얘기만 전했을 뿐이다.
고통이 없을 수 없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자세로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접근법을 택한 것이다.
일요일인 19일에도 청와대는 ‘국정 전념’만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내외가 고통 속에 계속 머물기에는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국정 전념’의 접근법에 맞춰 김 대통령 내외의 일정도 많아졌다. 김 대통령의 이번 주 일정은 지난 2, 3주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할 때 차마 TV를 못 보고, 여러 일정들을 취소했던 이희호(李姬鎬) 여사도 이번 주에는 지방 행사에 참석하는 등 공식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이 여사가 비서를 통해 속옷을 챙길 때 눈시울을 적셨던 것을 감안하면, 김 대통령 내외가 마음을 다지고 정리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YS 정부 시절 현철(賢哲)씨 구속 이후 한 동안 국정이 마비됐던 그런 과오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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