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패스게임이다. 쉽게 말해 패스가 안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실제는 11명이 하지만 공격을 할 때에는 2~3명이 연결해 나가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패스는 2인1조가 기본이다. 패스가 좋아지면 경기력도 나아진다.히딩크는 부임 초부터 패스훈련을 가장 강조해 왔다. 그 방법도 지금까지 국내 지도자가 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고 다양하다. 히딩크 훈련노트에서 몇 가지 색다른 연습방법만 요약해 보겠다.
▼그림 1-A
8대8 게임으로 월패스 연습방법. 경기를 자유롭게 하되 점선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패스를 주고 오른쪽으로 빠지는 월패스만 이용해야 한다. 무리한 패스는 금물. 방향전환을 많이 하면서 볼가진 사람에게 빨리 접근한다.
1-B는 공격-미드필더-수비가 정지된 상황서 일정한 폭을 유지하면서 측면공간에서 패스감각을 익히는 훈련이다. 1-C는 3인 1조가 되어 움직이면서 집중력을 배양하는 패스훈련이다.
▼그림 2-A
포워드(FW)의 키핑력과 패스력 훈련이다. 스트라이커는 강하게 패스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움직이며 공을 받는다. 2-B는 공격적인 패스훈련. 포워드와 측면 미드필더(FB) 중앙미드필더의 조직력을 겸한 훈련이다.
▼그림 3
7대7게임. 단 8명은 라인 밖에 위치. 경기는 원, 투터치 패스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밖에 있는 선수를 이용한다. 밖에 있는 선수는 자기 위치에서 공을 준 사람이 아닌 제 3자에게 원터치로만 패스해야 한다. 3자를 이용한 패스훈련법이다.
▼그림 4
A, B, C 모두 지구력, 민첩성, 순발력을 겸한 러닝패스 훈련이다. 그림 B는 특히 패스를 주고 X자로 위치를 바꾸며 하는 패스, C는 오버래핑 패스방법이다.
▼그림 5
사이드백, 미드필더, 포워드가 공동으로 하는 패스연습이다. 지금까지 부분 패스훈련과 달리 전체로 확대된 전술훈련 성격을 갖는다.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한국팀의 패스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정확했다. 우선 선수들은 패스할 때의 동작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패스동작은 패스를 받는 사람이 공을 잡아 돌아서는 것(턴ㆍturn)과 다시 공을 내주는(리턴ㆍreturn) 것 두 가지 밖에 없다. 뒤에 수비수가 있을 때는 혼자서 돌파가 어려우므로 공을 다시 내줘야(리턴) 하고, 없을 때는 뺏길 위험이 없으므로 혼자서 공을 잡아 돌 수(턴) 있다.
히딩크는 패스의 정확성과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패스를 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턴과 리턴 중 어느 동작을 취해야 할지 미리 말해주도록 했다. 패스를 하는 사람은 이미 전방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판단이 정확할 수 있다. 한국선수들이 최근에 공을 안 뺏기고 신속하게 패스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덕분이다.
또 패스하는 사람은 항상 고개를 든 상황서 하게 했다. 공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면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 오래 끌게 되지만 고개를 들고 패스하면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공 처리가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종전의 한국축구와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이 두 가지다.
특히 턴할 때 한국 선수들의 동작은 공을 받은 뒤 상황을 살피고 턴하느라 불필요한 페인팅이나 잔기술을 많이 구사해 볼 처리가 늦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히딩크는 ‘패스를 가장 쉽게 하라’고 주문했고 선수들이 이제 쉽게 하는 방법을 깨닫고 있다.
무엇이든 달관의 경지에 오른 사람의 행동은 쉬워 보인다. ‘물 흐르듯이….’ 이것이 히딩크 축구의 요지다. 이런 생각이 든다. ‘히딩크 축구는 아주 미세한 변화이다. 그러나 그 미세함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훈련은 바로 잘못된 것을 고쳐가는 과정이다.’
김희태ㆍ명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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