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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한국타이어 조충환 사장

입력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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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타이어 임직원들은 조충환(曺忠煥ㆍ60) 사장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3년 전부터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담당 임원의 손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원회의 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열린다.“가능한 한 권한을 아래로 넘겨야 경영이 투명해진다. 권한 분산이 글로벌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경영’의 첩경이다”라는 조 사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는 ‘창의와 조화의 조직’이란 그의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적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가 지향하는 기업 경영도 ‘사원을 위한, 사원에 의한, 사원의 경영’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경영 절차와 의사결정이 투명해 질 수 밖에 없다. “경영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회사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경영자가 할 일이죠.”

조 사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축은 ‘주주 중심 경영’이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12월 한국타이어 첫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하면서 그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대주주가 아닌 소액 주주를 위한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타이어에서 14년간 기획과 재무를 담당하면서, 또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일반 주주들을 무시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첫 단계로 소액 주주들에게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및 재무 상태, 향후 전망 등을 담은 주주 통신문을 분기별로 발송했다. 반기별로 주주들에게 경영상황 정도만을 알려주던 당시 관행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덕분에 주주수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주가도 올라갔다. 특히 고객들이 한국타이어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로열티)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어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타이어에 대한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 만이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3년전부터 다른 기업에 앞서 도입한 6시그마 운동과 과감한 연구개발(R&D)비 투입 등도 품질에 대한 그의 집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 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재계에선 이미 알려진 사실. 젊은 사원들과 기탄없이 대화를 나눌 줄 아는 ‘트인’ 사장이지만 사업에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공격적이다. 지난 5년 동안 한국타이어에 몰아닥친 변화의 바람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97년 말 한국타이어의 키를 잡은 그는 자산매각과 긴축경영 등에 돌입한 다른 기업과는 달리 공격경영으로 위기를 탈출하자고 제안했다.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그는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이면 충분하다”고 설득하며 미개척지였던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업계 처음으로 해외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유통망도 대폭 늘렸다. 기후조건 등을 맞추기 위해 현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 결과 포드, 볼보, 미쓰비시, 다이하츠,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에 한국타이어를 납품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지난 3월 유럽 수출용 K701 제품이 세계 최대 자동차 전문지인 ‘아데아체(ADAC)’가 주관한 타이어 성능시험에서 최고 제품으로 인정되는 ‘very good’ 평가를 받았다.

또한 독일 폭스바겐 계열의 자동차 전문잡지인 ‘구테 파르트(Gute Fahrt)’가 실시한 타이어 테스트에서도 한국타이어가 대형 타이어 메이커를 제치고 참가 10개 제품중 1위를 차지 했다.

독일 최대 방송인 SAT1가 K701의 장점과 구입 여부 등에 대해 5분여동안 방영할 정도였다.

“이젠 전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타이어를 단 자동차를 볼 수 있다.” 자부심에 찬 그의 말이다.

●약력

▲ 1942년 경남 함안군 출생

▲ 경기고(56회ㆍ60년), 서울대 법대(64년) 졸업

▲ 1979년 삼성물산 이사

▲ 1983년 한국타이어 상무, 전무, 부사장

▲ 1997년 한국타이어 사장(현)

▲ 1998년 대한타이어 공업협회장(현)

▲ 1998년 한-덴마크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현)

▲ 1999년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상

▲ 부인 이순영씨외 2남

▲ 취미: 바둑(아마 4단), 골프(핸디캡 10)

▲ 주량: 소주 반병

▲ 애창곡: 나훈아의 ‘사랑’, 이용의 ‘잊혀진 계절’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는 1941년(조선다이야공업ㆍ68년 현 사명으로 변경) 설립돼 60여년간 타이어 생산에만 전념해온 기업으로 지속적인 연구ㆍ개발(R&D)투자와 공격적인 세계시장 개척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와 세계 10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해 매출 1조4,050억원, 당기 순이익 30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조5,388억원, 순이익 363억원이다.

이 회사는 42년 영등포 공장에서 타이어 생산을 시작, 79년 동양 최대 규모의 대전공장(연산 2,300만본ㆍ1본은 4짝)을 완공하고 97년 최첨단 시설의 금산공장 1차 준공(연산 1,000만본)으로 현재 연간 3,3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가흥과 장쑤 지역에 2개 공장을 완공, 연간 755만본(2위)의 타이어를 생산하며 중국시장에서 27%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5년 뒤인 2007년 세계 5위의 타이어 메이커 진입을 목표로 ‘생산ㆍ마케팅ㆍR&D의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다. 평크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와 국내 최초 발포고무 타이어 개발, 아시아 최초 포드자동차 납품 자격 획득, 국내 최초 VR급(시속 240㎞) 타이어 및 Y급(시속 300㎞) 타이어 개발 등 품질과 성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지녔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효성과 효성기계 등과 형제그룹으로 유명하다. 효성 조석래 회장이 큰형이고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이 둘째, 효성기계 조욱래 회장이 셋째이다.

조석래 회장은 현재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상태이며 현식(33ㆍERP추진본부장), 현범(31ㆍ광고홍보담당상무)씨 등 두아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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