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공관에 탈북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그들의 희망 행선지가 대부분 한국이지만 우리 대사관 앞에는 다른 외국 공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국에 의해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우리가 우리 땅에 오려는 사람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서글픈 생각이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7일 한국 대사관 근처의 한국 영사부에 찾아왔던 한 탈북자 처리 사례는 한국 공관의 딜레마와 함께 그간의 관행을 보여준 것이었다.
영사부의 행정 직원은 영사가 없자 다음에 오라며 돈 100위안을 줘 그를 돌려보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나 중국 내 총영사부에는 1주일에도 수 명의 탈북자가 찾아와 영사 면담을 요청하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애원한다고 한다.
이중 극소수가 한국행에 성공하는데 이들은 모두 출신 성분이나 직업이 특이하거나 또는 북한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 인사였다.
그러다 보니 이를 이용하려는 탈북자들이 가짜 신분,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동안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탈북자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공관의 한 인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자가 망명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돈 100위안을 주어 나가게 한 처리 과정을 볼 때 현지 공관이 아직도 그간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을 고려한다며 조용한 외교를 역설하고 원인 제공자인 북한은 침묵한다.
중국은 가능한 한 사건을 만들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과 남북한의 '뜨거운 감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의 관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귀찮은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고 할 수만은 없다.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쉬운 탈북자 처리 과정이었다. 공관 담의 철조망이 아무리 높아져도 탈북자 행렬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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