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에 걸친 KT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17~18일 정부소유 KT 지분 28.36%(8,857만4,429주) 중 주식으로 매각되는 14.53%(우리사주조합분 5.7% 포함)에 대한 공모청약 결과 경쟁률이 2.37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1일 실시되는 교환사채(EB) 청약도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SK텔레콤(SKT)이 전략적 투자지분(5%)의 대부분을 확보함으로써 특정기업의 독점을 막고 주주 기업간 견제와 균형으로 KT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려던 정부의 뜻은 크게 훼손됐다.
▼누가 얼마나 신청했나
공모 물량은 우리사주조합분를 제외한 2,756만7,230주로 전략적 투자자, 기관 및 일반 투자자가 6,532만4,887주를 청약했다. 전체 청약증거금은 3조5,275억4,000만원. 전략적 투자지분 청약물량은 SKT 5%, LG전자 1%, 삼성생명 1%, 기업은행 1%, 효성 0.95%, 대림산업 0.61%로 나타나 1.9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인 삼성생명과 기업은행, 금융기관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효성은 후순위로 밀려 주식을 배정받을 수 없게 됐다. 2%가 배당된 기관투자자분은 1.44대 1, 1.83%를 대상으로 한 일반 투자자분 경쟁률은 4.63대 1로 집계됐다.
▼SK의 공세와 삼성의 수모
SKT가 전체 전략적 투자자분인 지분 5% 매입을 신청하자 법인ㆍ개인ㆍ기관투자자 순으로 정해진 전략적 투자지분 배정순위에 따라 기관투자자인 삼성은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게 됐고, 지분 3%를 확보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려던 LG전자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SKT 관계자는 지분 5% 신청 배경에 대해 “민영화 이후 KT가 삼성 손에 넘어가는 사태를 미연에 막아 KT 시내망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향후 대기업간 KT 인수전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많다.
배정 물량보다 신청분이 초과할 경우 적용되는 안분 원칙에 따라 SK텔레콤에는 3.78%, LG전자는 0.76%, 대림산업에는 0.46%의 지분이 배정된다. 여기에 주식 물량의 2배에 해당하는 교환사채(EB)를 매입하면 SK텔레콤은 KT 지분 11.34%를 보유하는 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SK텔레콤측은 19일 KT가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9.27%)과 상호균형을 맞추기 위해 EB를 6% 미만으로 청약, KT지분을 10% 밑으로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영향
그동안 유무선을 아울러 KT(KTF), SK(SKT), LG(LG텔레콤, 데이콤) 등 3파전으로 전개되던 국내 통신시장이 2강 체제로 좁혀지게 됐다. 특히 유선통신인 시내망 확보 기반을 마련한 SKT로서는 앞으로 무선이동통신 뿐만 아니라 유선시장에도 입김을 행사할 수 있게됐다. 따라서 LG는 KT와 SK의 2강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데이콤 및 하나로통신등을 통해 파워콤 인수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또 업계에서는 데이콤, 하나로통신, 두루넷등 비주류 통신업체들의 결속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 분주한 정부
정통부는 KT 민영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민영화 이후 KT의 소유ㆍ경영 구조를 흔들어버린 SK텔레콤에 곱지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SKT가 KT 지분 매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계속 부정적인 사인을 시장에 흘리며 다른 전략적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 뒤 역공을 가했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SKT가 KT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유선 시장까지 넘보게 됐다는 우려에 대해 “SKT가 KT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이사회 의결권이 제한되고 사외이사 추천권도 없는 만큼 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SKT의 독주를 막기위해 사외이사추천권 조항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두번째 여성 국장
SK텔레콤에 허를 찔린 삼성과 LG는 당혹감을 감추지못하면서 이번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청약참가만 종용한 정보통신부, 남의 패를 본 뒤 뒤늦게 뒤통수를 친 SK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선 삼성이 줄곧 KT지분 청약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이번 일로 자존심은 상했을지언정 특별히 손해볼 것은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으나 삼성 고위관계자는 “비록 경영권인수 목적은 아니었지만 일단 청약에 들어간 이상 목표는 주식을 배정받는 것”이라고 말해 불편한 내심을 드러냈다.
업계관계자는 “삼성이 ‘예상치 못한 상황인 만큼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하지만 삼성생명 등이 장내에서 KT주식 매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론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넣는다’는 ‘삼성불패(不敗)’ 신화에 흠집이 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과 달리 0.76%의 지분(EB제외)을 확보한 LG는 SK가 유선통신부문까지 장악한 것에 상당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KT입찰에 참여한 것은 장비제조업체로서 안정적 거래관계확보를 위한 것이지, 경영권(사외이사 추천권) 때문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정통부가 사외이사 추천기준을 낮출지 여부를 예의 주시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