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가 20일 독립 선포식을 갖고 21세기 최초의 신생 독립국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20일 0시 수도 딜리의 토시톨루 광장에서 거행된 독립 선포식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87개국 대표 700여 명이 참석해 동티모르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대형 동티모르 국기가 게양된 직후 취임 선서를 마친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과거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새 국가 건설”이라며 국민 화합을 촉구했다.
독립 선포로 1524년 포르투갈의 침략 이래 478년 간 외세에 억눌려 온 동티모르인들의 주권 국가 염원이 실현됐다.
그러나 1975년 이래 24년에 걸친 인도네시아의 억압 통치와 내전으로 인구의 4분의 1인 20여 만 명이 숨진 과거사는 주민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있어 신생국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신생 소국을 계속 영향력 아래 두려는 과거 식민통치국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도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를 불안한 상태다.
동티모르의 독립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던 메가와티 대통령은 의회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립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안전을 이유로 허가받지 않은 대규모 함대를 딜리 해안까지 대동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실상 인도네시아 경제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동티모르로서는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가 커다란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국민 대부분이 하루 55센트로 연명하고 나라 전체를 통틀어 의사가 1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국가 기반이 부족한 동티모르의 앞날은 치안 확보와 국민 대통합, 공동 유전개발 중인 호주 등 해외의 지속적인 원조가 좌우할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