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구이성-목소리를 높여라 / 잔치 주인답게 잘 놀아보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구이성-목소리를 높여라 / 잔치 주인답게 잘 놀아보자

입력
2002.05.20 00:00
0 0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하루종일 입덧을 하다 겨우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볼륨을 최대한 낮추고 멕시코전을 시청했었다. 한국팀의 하석주 선수가 먼저 득점을 했을 때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혼자 거실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4년이 흐르고 얼마 전,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있었다. 나는 동네 목욕탕에서 친구와 목욕을 하다가 휴게실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그 경기를 지켜보았다. 목욕하다 모여든 사람들이 축구경기를 시청하려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해설자가 그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명단을 발표하는데, 차두리 선수의 이름이 나오자 뒤에서 캔맥주를 마시던 어떤 사람이 "차두리, 쟤는 왜 자꾸 나오는 거야. 저거 완전 빽 아냐?" 라고 다분히 감정 섞인 말을 하였다. 그러자 한사람 두사람 모두 그의 말에 수긍을 했고 순식간에 차두리는 목욕탕의 안주가 돼 버렸다.

그러다 차두리가 선취득점을 했다. 휴게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다 환호했다. 차두리의 선전은 경기종료 때까지 계속됐고 불과 1시간30분만에 차두리는 맥주 안주거리에서 자랑스런 국가대표 선수로 변했다.

유달리 애국심이 강한 우리 민족. 한 많은 우리민족은 참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것 같다. 축구에 울고 웃고, 특히 국제경기에서 우리대표팀을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에 벌어지는 경기결과에 감동하는지 아니면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에 감동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16강 이야기를 한다. 선수들도 인터뷰를 할 때면 어김없이 16강을 위해 뛴다는 이야기를 하고 각종 16강 기념이벤트들도 나오고. 월드컵 16강 진출은 가히 온 국민의 염원이 되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우리 대표팀이 꼭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옆에 있는 TV에서는 16강 진출에 관한 분석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16강에 진출을 못한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은 모두 맥주 안주거리가 될까? 아니면 그 동안의 노력을 칭찬받는 자랑스런 선수들로 남아 있을까?

이미 잔치는 시작되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전세계인들이 한바탕 놀아보기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잔치다. 우리는 이제 놀 준비를 해야 한다. 노는 과정에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 행여 진출을 못하더라도, 잔치가 끝날 때 까지 잘 놀았으면 한다. 우리가 잔칫집 주인 아닌가.

/차인표 영화배우ㆍ탤런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