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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교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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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교의 재발견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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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끝에 달린 풍경의 '뗑그렁' 소리는 무심한 듯 그윽하다.그 소리에는 산사(山寺)의 적요를 잠시 흐트려 놓는 여유와 운치가 있다. 요즘은 자기 집 처마에 풍경을 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운치를 즐기기 위함이다. 원래 풍경은 풍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행자의 나태를 깨우치려는 것이다. 풍경에는 왜 물고기 형태의 금속판이 달려 있을까.

물고기가 잠잘 때도 눈을 뜨고 있듯이, 참선하는 승려도 잠을 줄이고 정진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한다.

■ 6세기에는 풍경이 없었는지, 달마는 참선을 할 때 수마(睡魔)를 물리치기 위해 윗 눈꺼풀을 잘라 버렸다. 그의 눈이 왕방울처럼 부릅떠 보이는 것은 윗 눈꺼풀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의 한 소국 왕자 출신인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불교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독실하나 허영심을 버리지 못한 불교신자 양 무제에게 "공덕이 없다"고 면박을 준 후, 소림사에 은거하면서 9년 동안 면벽 참선했다. 달마는 자신의 수행법과 중국 도가를 결합해 선종을 창시했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원형이다.

■ 오늘날 중국 불교는 쇠잔하다. 불교학자 서병후씨 책에 따르면 원ㆍ명의 중국 불교는 거의 백지상태였고, 중화민국 이후 등장한 태허(太虛) 등 고승도 서양문명과 티베트 불교의 자극과 영향을 받은 이들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16년 간 수행했던 크리천 험프리는 '한국처럼 불교가 준열하게 타협 없는 삶과 수행을 유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학자 케네스 선더스도 말한다. "중국 선(禪)이지만, 치열했던 구도정신이 남아 있는 곳이 한국이다. 질적으로 단연 우세하다."

■ 근래 하버드대 출신의 현각 같은 벽안의 승려들이 몰려오고 있다.

달마 대사의 선적 전통이 곧게 남은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불교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다른 흐름도 있다.

절들이 너무 불사에 치중하고, 대웅전 앞에 입시합격 백일기도 안내 현수막을 내거는 세속적 경향 등이 민망하다.

많은 연등이 석탄일을 맞는 산하를 밝히고 있다. 연등이 부정한 욕망으로 들끓는 인성(人性)과 사회를 좀더 정화시켜 주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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