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6시 인천공항 귀빈주차장. 수많은 사진기자와 방송카메라기자, 외신기자들이 새벽부터 나와 중국에서 들어오는 탈북자 2명을 기다리고 있었다.통상 입국자들을 맞는 게이트가 아닌 주차장에서 탈북자들을 기다린 것은 "취재편의를 위해 주차장으로 데리고 오겠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믿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기다리던 탈북자 2명의 모습을 끝내 볼 수 없었다.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한 국정원의 술수였다. 허탈해 하는 기자들에게 국정원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취재원의 신상 공개에 대한 국정원의 태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14일에 입국한 탈북자 3명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신상 공개를 거부했다.
기자들도 이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도를 자제하기로 했지만 국정원 직원이 탈북자들을 설득, 이들의 사진은 대부분 언론에 실렸다.
그러나 입국하는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의 취재를 막으려는 국정원의 교란 작전은 거의 첩보전을 연상케 했다.
대한항공으로 입국하는 것처럼 취재진에게 슬며시 정보를 흘리고 경찰까지 위장 배치했지만 홍걸씨는 엉뚱한 미국 국적 항공편으로 도착, 취재진을 완벽하게 따돌렸다.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관문이다.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출입하기 때문에 언론의 중요한 취재 장소이기도 하다.
취재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찾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반대로 공항측이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번 기회에 짐작할 수 있었다.
뚜렷한 원칙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탈북자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대통령 아들의 은밀한 귀국을 돕기 위해 거짓 정보로 취재 방해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는 구태의연하다.
그런 무원칙과 권력 추종 행태가 온갖 비리와 스캔들의 뿌리다.
김재현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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