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나/진 세손 지음ㆍ이영선 옮김 문학세계사 발행ㆍ8,500원1978년부터 91년까지 파이잘 국왕 전문병원과 리서치센터 등에서 근무차 사우디 아라비아에 머물렀던 미국 여성작가 진 세손은 83년 한 사우디 공주를 만난다.
젊고 아름다우며 지적인 공주는 어느날 진 세손에게 일기와 메모를 넘겨준다.
사우디 여성들이 겪는 가혹한 생활상의 규제, 그에 따른 충격적인 삶에 대한 기록이었다. 공주는 억압받는 자신과 자기 나라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실명이 밝혀질 경우 공주와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 ‘술타나’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술타나는 눈으로 목격한 사우디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책에서 줄줄이 풀어가고 있다.
열여섯살에 강제 결혼 당해 성적 가혹행위를 일삼는 예순 두 살 남자의 세번째 부인이 된 언니의 이야기와, 열세 살에 아기를 낳는 어린 소녀와 네번째 혹은 다섯번째 아이를 열여덟도 되지 않아 낳는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또 간음죄로 판결받은 임신한 열세 살 소녀가 친아버지가 정한 처벌 방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는 끔찍한 장면도 나온다.
이 소녀는 알코올과 마약에 취한 오빠 친구들에 의해 유린된 피해자였다. 초경 이후 온 몸을 검은 천으로 감싸고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려야 하며 운전도 할 수 없고 남성 보호자의 허가 서류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는 여인들이다.
술타나는 3개국에 네 채의 대저택을 소유하고 개인 전용기, 수백만 달러 이상 하는 보석을 소유한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그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갖은 차별을 당한다.
남자가 모든 권력을 쥐고있는 불평등한 삶을 고발하는 이 책은 지난해 출간돼 세계적으로 4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여성 인권 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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