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대사관측이 서울 도심의 덕수궁 바로 옆 미 대사관 부지에 추진중인 직원 숙소용 아파트 건립을 관련 법을 고쳐 허용키로 결정, 논란이 일고 있다.건설교통부는 17일 “미국 대사관측이 서울 중구 정동 미 부(副)대사 숙소를 헐고, 그 자리에 8층 높이로 54가구 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 이를 허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인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이춘희(李春熙) 주택도시국장은 “비엔나 협약에 따라 미 대사관이 건립 추진중인 아파트가 직원용으로 사용하려는 공관시설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를 불허하는 것은 외교적 관행에 어긋난다”며 “현행 주촉법 시행령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대사관 숙소 건립에 대해 일반 아파트 건립와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건교부의 입장이 결정되면 이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비엔나협약은 외교사절의 특권과 면제를 규율하는 국제협약으로 제21조(공관지역의 취득사항)에 공관이 속한 해당 국가는 공관지역으로 볼 수 있는 영토 및 시설을 취득하는데 원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주촉법은 20가구 이상의 모든 공동주택은 주차장, 어린이 놀이터와 같은 부대시설을 설치토록 하고 공개청약을 통해 일반분양토록 규정, 현행법으로는 미대사관 직원용 아파트 건립은 불가능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부지가 옛 덕수궁터인데다 문화재 바로 옆에 아파트 건립을 허가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해당 부지는 덕수궁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왕들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 선원전(璿源殿)이 있었다. 또 1897년 러시아 공관에 머물던 고종황제가 잠시 머물기도 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시민 단체들은 “현재까지 외국공관의 직원용으로 대형 아파트 건립을 허가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도 관련법까지 고쳐 공관이 아닌 직원 숙소용 아파트 건립을 허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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