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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9·11책임론'파문 / 8월 CIA보고후 되레 경계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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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9·11책임론'파문 / 8월 CIA보고후 되레 경계 풀려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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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테러조직이 미국에서 비행기납치를 시도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행정부의 태만으로 9ㆍ11테러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9ㆍ11테러이전에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비행기를 테러대상으로 삼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보당국이 사전에 인지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 의회가 관련정보 공개와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테러로 희생된 유족들마저 분노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정보 내용 및 보고시점

9ㆍ11테러관련 정보가 사전에 파악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이달초 미 언론들이 지난해 7월 연방수사국(FBI) 애리조나주지부가 상당수의 아랍인들이 미국의 비행학교에서 비행기조종술을 배우려한다는 사실을 본부에 보고했음을 이달초 일제히 보도하면서부터.

이 사실은 테러범들이 애리조나주 비행학교에서는 교육받은 적이 없음이 드러나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CBS가 15일 "지난해 8월6일 중앙정보국(CIA)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비행기납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텍사스에 휴가중이던 부시대통령에게 올렸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백악관은 이 보고를 받고도 경찰과 연방항공청등에 경계를 하달했으나 국민들에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백악관주장

사태가 심상치않자 15일 저녁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자청, "CIA의 보고는 통상적인 일일보고의 하나로서 단지 비행기 납치가능성만을 제기하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장소, 시기등은 없었다"고 말하고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자살폭탄으로 이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의 해명으로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이번에는 콘돌리사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진화에 나섰다.

라이스보좌관은 16일 "당시의 정보는 너무나 총괄적인 내용이었으며 만약 이를 공개했다면 모든 민간항공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있었다"고 말하고 "보고서는 또한 구체성이 없는 분석적 내용이었지 결코 경고적이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의회반응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의원도 가세해 백악관에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부시 대통령이 이에대해 적절히 조치했는 지 여부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시사하는등 공세에 나섰다.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정보기관이 태만했는지 또는 관련기관들이 그 정보에 제대로 대처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의회 차원을 넘어서 1941년 진주만폭격 사전정보 부재에 대한 수사와 같은 차원에서 독립된 위원회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도 "당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9월11일의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보다 일찍이 경계령이 하달됐어야 마땅했다"고 백악관을 비난했다.

◆유족들 반응

국방부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는 바람에 부인을 잃은 스티븐 푸시는 "아내가 그런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결코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도 공개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남편을 잃은 크리스틴 브레이트와이저는 "우리와 동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이 규명돼야한다"고 주장했고 부인을 국방부에서 잃은 돈 마샬은 "그 터프한 부시대통령이 이 모든 정보를 갖고 도대체 무얼 했는지 궁금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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