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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주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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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 주강현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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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식용은 문화가 아니라 야만”(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화난 김동성, 개를 발로 차고 잡아먹었을 것”(NBC TV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

“한국은 하루 세끼 개고기 먹는 나라”(영국 BBC방송)

일부 서양 언론과 서양인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야만인 취급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악평을 서슴지 않는다.

민속학자 주강현(朱剛玄ㆍ47)씨는 이를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제국주의적 발상”으로 규정하면서 그 같은 주장을 담아 최근 ‘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중앙M&B)를 출판했다.

저자는 국문학 역사학 민속학 인류학 등의 자료를 동원, 개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면서 “남이야 개고기를 먹든 말든, 제발 간섭 좀 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주씨에 따르면 우리는 신석기시대부터 개와 함께 생활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때 벌써 개고기를 먹었다.

고려 조선 때 소는 농사에 사용하도록 못 먹게 했으며 대신 부족한 단백질을 개고기가 채워주었다고 한다.

복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개장국을 함께 먹었다. 동의보감에도, 정약용의 편지에도 개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개고기 식용의 역사는 오래됐고 조상의 일상에 깊숙이 배어 있었다.

중국 대부분 지역과 필리핀, 세네갈, 스위스 그리고 폴리네시아의 일부 주민도 현재 개고기를 먹고 있다고 주씨는 말한다.

1910년께 파리 시내 개정육점 플래카드 사진을 책에 실어 당시 프랑스에서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런데도 서양 언론이 지속적으로 개고기 식용 문화를 거론하는 데는 속뜻이 숨어있다고 주씨는 분석한다. 우선 쇠고기 중심주의다.

서양은 대규모 축산산업을 유지하고 있고 쇠고기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개고기 식용은 그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또 한가지는 애완견의 문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견을 벗삼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하고 성대를 자르는 게 애완이냐는 것이다. 애완견의 뒤에 개 먹이 등 관련 산업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관련 산업과 문화다원주의라는 측면에서 개고기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주씨 생각이다.

올 2월 중국 광저우(廣東)를 방문, 다양한 방식의 개고기 요리 현장을 목격한 저자는 서양 언론이 유독 우리만 시비 거는 것은 적극적 대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北京)이 결정된 뒤 서방 기자 30여명에게 개고기를 시식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공격을 받지 않은 반면 우리 정부는 쉬쉬한 결과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개는 좋아하지만 개고기는 먹으며, 뱀 개구리는 야생동물이라 먹어서는 안되지만 개고기는 가축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주씨는 “개고기 논쟁이 있을 때마다 개고기 식용 반대론자들로부터 말로 못할 협박을 받았다”며 “진정 필요한 것은 개고기를 먹느냐 마느냐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개고기를 둘러싼 문화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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