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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서구식 세계관이 지식의 한계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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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서구식 세계관이 지식의 한계 초래"

입력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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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다른길' 존 브룸필드 지음ㆍ박영준 옮김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20세기를 지나 새 천년의 문턱을 넘어선 지금 문명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존 브룸필드 미국 미시건대 교수는 역사를 단선적 시간의 흐름으로 파악한 서구식 세계관에 문제의 뿌리를 찾는다.

여기서 자연과 우주를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오만이 싹텄고, 앎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폴리네시아인의 항해술이 좋은 보기다. 18세기에 태평양을 건넌 영국인들은 폴리네시아인들로부터 별들의 운행, 철새들의 움직임, 빛의 형태,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항해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나침반, 육분의(六分儀ㆍ두 점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재는 광학기계)를 장착한 군함으로도 겨우 항해한 태평양을 그 같은 방식으로 항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 뒤 폴리네시아인들의 항해술이 과학적 근거를 지닌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저자는 ‘사물을 이해하려면 서구 방식을 통해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폴리네시아 항해술이 갖고 있는 과학적 틀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지식의 다른 길’은 세계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아가 선조들의 문화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권한다. 일례로 샤머니즘이 때론 현대의술을 뛰어넘는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샤먼 치료의 높은 실패율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샤먼의 주된 목적은 영혼의 치료다.

그들은 우리가 잊고 있는, ‘자신의 영혼을 잃을진대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그것이 무엇에 이롭겠는가’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인도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위대한 영혼’ 간디에도 주목한다. 공동체 구성원끼리는 물론, 자연과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간디의 공동체 운동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저서로 유명한 서구학자 슈마허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저자는 이를 ‘사람 중심의 경제’ ‘사랑의 경제’라 부르며, 환경재앙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할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실 이런 견해를 편 이들은 많았다. 문제는 활자 속에 갇힌 주장을 어떻게 현실로 끌어내느냐다. 이 책 역시 그런 현실적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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