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수잔네 파울젠 지음ㆍ김숙희 옮김1997년 8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식물의 생태 기록 임무를 띤 ‘seaWiFS’ 위성을 쏘아올렸다.
여기서 보내는 색채 데이터로 지구 어디에서, 어느 정도로, 어떤 꽃과 잎이 피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위성에서 바라본 지구는 거대한 ‘식물의 공(球)’이다.
독일 식물학자 수잔네 파울젠은 “지구를 한번 seaWIFS처럼 관찰해보자”고 제안한다.
약초박사 할머니의 영향으로 약초 캐는 마녀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식물의 생장 비밀에서 유전자 조작 문제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얽힌 갖가지 얘기를 들려준다.
쉽고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지난해 독일 청소년 문학상(논픽션 부문)을 받았다.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쳐온 식물은 역사를 바꿔놓기도 했다.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뱃길을 찾으려 애쓴 것은 후추를 얻어 ‘양념부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의 꿈은 좌절됐지만 대신 신대륙을 발견했고, 그곳은 옥수수 감자 토마토 등 식용작물의 보고였다.
식물 중에 마약 성분을 지닌 것은 60여종. 시베리아 부족들은 느타리버섯을 환각제로 먹었고, 스키타이인들이 삼 씨앗을 이용해 즐기던 한증욕은 오늘날 대마초와 같은 효과를 냈다.
식물이 이런 흥분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곤충과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화학방어전’이다.
더러는 호르몬 역할을 하는 것도 있는데 2차대전 때 네덜란드 여성들은 식량이 모자라 튤립 꽃과 뿌리를 먹었다가 일시적 불임 상태가 됐다.
우리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식물도 주변 환경을 보고 느낀다. 영국의 토마토재배협회는 토마토에게 록 음악을 크게 들려주라고 농부들에게 권한다.
‘쿵쿵쿵’ 하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켜 식물을 자극하면 많은 꽃가루를 날려 수정률이 높아지고 열매도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양새도 참 곱다. 책갈피마다 글에 나오는 각종 식물 사진을 담아, 단풍잎을 책에 넣어 말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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