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서 ‘www.dkunny.com’을 쳐보자. 그 유명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졸라맨’을 볼 수 있다.까만 선과 몇 가지 색깔로만 이뤄진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 동그란 얼굴에는 눈과 입밖에 없고 몸통과 손발은 아예 직선으로만 처리했다.
한마디로 담벼락 낙서같다. 그러나 제3탄 1부까지 연재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생각이 확 달라진다.
졸라맨이 은행에서 강도를 만났다. 평소 구멍 뚫린 민생치안을 안타까워 한 그로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 빨간 헬멧을 쓴 화려하게 전투형 인간으로 변신하지만 비쩍 마른 그의 모습을 강도는 본 척도 안 한다.
궁싯거리는 졸라맨. 결국 기습적인 공격으로 강도를 제압하지만, 까불다가 천장에 부딪혀 기절하고 만다.
웹 애니메이터 김득헌씨가 2000년 3월 인터넷에 탄생시킨 졸라맨은 지극히 단순한 형체와 엽기적인 멘트,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열풍에 힘입어 국내 대표적 캐릭터가 됐다.
파파이스 CF, 휴대폰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 PC게임, 팬시용품 등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 상품에는 모조리 등장했다.
졸라맨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커니엔터테인먼트(대표 최계훈)는 지금까지 100여 개 품목의 15% 로열티 수입으로만 최소 20억원을 벌었다.
졸라맨은 ‘캐릭터는 귀엽거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오히려 강자 앞에서는 쉽게 꼬리를 내리고, 변신 전이나 후나 어수룩하기는 마찬가지인 졸라맨.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불의에 맞서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과 삼겹살을 먹으며’ 변신세트를 만드는 그의 모습에서 신세대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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