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정계개편의 신호탄인가. 자민련 함석재(咸錫宰) 의원이 16일 탈당과 함께 한나라당 입당 의사를 밝히고 나서자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대상으로 정계 개편 작업을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자민련 탈당파인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은 물론 이재오(李在五) 총무 등 당 간부들이 그동안 꾸준히 자민련 의원들과 접촉해 온 터여서 마침내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함 의원 탈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역구 사정 등을 감안한 본인의 결단이지 우리가 끌어낸 게 아니다”고 강조하는 등 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함 의원을 바로 입당시키면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도가 조금 올라 갔다고 오만해 졌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함 의원의 조기 입당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태도의 바닥에는 “아직 내놓고 밀어 붙일 때가 아니다”는 정세 판단이 깔려 있다. 충청권에 대한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장악력 약화로 상당수 자민련 의원이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당장 탈당을 결행할 만큼 명분과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물론 당 일각에는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고, 권력비리 규명 국정조사와 TV 청문회 등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자민련 의원을 입당시켜 2석 모자란 과반 의석(135석)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도부의 기류는 “무소속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쪽이다. 다만 “우리측 구상과 관계없이 자민련을 추가 탈당하는 의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한나라당은 6월 지방선거 직후가 정계 개편의 적기가 되리라고 보고 있다. 충북은 물론 대전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승산이 있는 만큼 이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자민련 의원들의 이탈이 본격화해 부담 없이 이들을 끌어 들일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이처럼 뒤탈이 없는 자연스러운 정계개편만이 궁극적 목표인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후보측의 변함없는 시각이기도 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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