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최근 피살된 극우파 핌 포르투완의 리스트당이 제2당으로 부상하는 등 유럽 우파 돌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이날 출구 조사 결과 온건 우파인 기독교민주당이 제1당 자리에 오른 반면 빔 콕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현 45석의 의석이 22석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참패를 당했다. 이에 따라 8년 간 집권해 왔던 좌파 노동당 정권이 막을 내리고 리스트당 기민당 자유당 등 우파 3당으로 구성된 연립정권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총 150개 의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기민당은 11석이 늘어난 40석을 획득했고 리스트당은 26석을 확보하며 제2당에 올랐다. 그러나 노동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자유당은 38석에서 23석으로 줄었고 또 다른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 D’66’ 도 10석에서 8석으로 줄었다.
17일 실시될 아일랜드 총선에서도 구교파 극우 신페인당이 현재 1석인 의석을 최대 6석까지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돼 이미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포르투갈을 강타한 유럽 우경화 바람이 9월 독일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신페인당이 7%의 지지를 확보, 다른 정당들의 감표가 작용할 경우 목표 의석인 6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1994년 이래 노동당과 자유당이 마약과 이민 증가, 복지 남용, 느슨한 치안 문제 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 여론을 가볍게 여기는 정책을 펴온 데 대한 심판으로 해석된다. 6일 살해된 리스트당 지도자 포르투완은 유세에서 이런 문제들을 전면에 부각시켰으며 기민당도 전통적 가치로의 복귀와 급증하는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2차대전 후 매번 연정에 참여해오다 1994년부터 권력에서 밀려났던 기민당이 1당이 된 것은 얀 페터 발케네데(46) 당수의 개인적 인기가 큰 몫을 했다. 철학교수 출신의 발케네데는 불과 8개월 전 당수에 취임, 지리멸렬했던 기민당을 추스르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앞으로 구성될 우파 연정에서 총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리스트 당원들이 포르투완 전 당수에 대한 충성심 외에 공통점이 거의 없는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점을 들어 총선 후 수주 또는 수개월 내 자체분열될 수 있다고 점치고 있어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