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들의 위상이 최근 들어 흔들리는 추세다.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뭇사람들에게 각광받던 벤처가 최근 권력층과 결탁한 각종 비리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개인의 사욕으로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다.
하긴 한창 '잘 나가던' 지난 날에도 화려함에 묻히긴 했지만 이면에 뚜렷한 그림자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투자 열풍이 뜨거웠던 때에도 투자받은 돈으로 개인적인 호사를 누리거나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부동산 투기 등 외형적 성장에만 신경을 썼던 벤처인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거 벤처가 거품 속에서 급성장을 누렸다면, 거품이 가라앉고 경제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이제부터는 내실 경영에 힘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숨을 고르며 차분히 우리의 각오를 다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떠한가? 벤처 신화를 일군 대표적인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침몰하는 것만 봐도 그간 벤처 기업들이 '외모 치장'에 얼마나 급급했는지 알 수 있다.
벤처 붐이 일던 1999년과 비교하면 매출에서 그야말로 매머드급의 벤처 아닌 벤처 기업들이 탄생했지만, 내실화의 측면에서는 '거품'이 가신 상태인지를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다.
내실에 충실한 경영을 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나름대로의 기업관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지금까지 벤처 기업들은 작은 몸집에 알맞은 순발력, 반짝이는 재치 등을 무기로 승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백년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기업체의 사업 모델이나 인사제도, 기타 모든 경영방침에 '돈'보다 더 중요한 '철학'이라는 큰 물줄기가 자리를 잡으면 매사에 일관된 선택을 할 수 있어 기업 경영도 용이해진다.
'실적 만들기'는 물론 기업 이미지도 일관되게 생겨나므로 '외모 치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철학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현재 더 이상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실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기업합병 방식에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종전에는 시장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공격적 합병이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방어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기업윤리와 경영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업들하고만 합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우리 벤처업계도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우리 벤처 기업들이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부터는 상하좌우를 살피면서 갈 길을 잡아야 한다.
'벤처(venture)'란 정작 실속은 없으면서 겉모양만을 위해 허세를 부리는 '모험'이 아니라, 몸집 큰 대기업들이 덤벼들기에 부적절한 분야를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개척해 나가는 '모험'이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벤처 기업의 경영에서 허영의 '벤처'의식을 떼어내야 할 시기다.
최병호ㆍ㈜해피머니아이엔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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