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는 말이 있지만, 월드컵 목전에 발생한 돼지 콜레라와 구제역이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주무 부처인 농림부는 3월부터 '특별방역'에 나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구제역이 터지는 바람에 초상집 분위기다.
구제역 발생 이후 방역당국의 대응은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철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제역 발생을 운(運)이나, 불가항력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 이번 구제역의 매개체는 공기 보다는 사람과 차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 안성의 최초 발생 농가는 농장주가 중국동포 등을 고용해 축사를 관리해왔는데, 이들이 수시로 바뀌고 출입도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축사 설계도 잘못돼 사료차량이 축사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도로에 가까운 축사에서만 구제역이 발생한 점이나 발생농가의 상당수가 J사, P사 등 같은 사료회사를 이용하고 었다는 점도 사람이나 사료차량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구제역이 1,000~1만5,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대규모 축산농가에서 집중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림부는 그 동안 대규모 축사는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농장주들이 '알아서'위생관리를 잘 하고 있다며 중소ㆍ영세농가에 대한 홍보 및 지원활동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정작 구멍은 다른 데 나 있었던 셈이다.
구제역은 에이즈에 비유될 정도로 가축에는 치명적인 전염병이지만,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의 무엇은 아니다.
소독만 철저히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주, 미국 같은 축산 선진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는 새겨 보아야 한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