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1분기 상장ㆍ등록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기업 경영이 외형보다는 실속중심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사상최대 순익 실적
상장법인이 1분기 동안 벌어들인 돈(순이익ㆍ9조9,918억원)은 지난 2000년 1분기(17조279억원)보다 금액면에서 적다. 하지만 당시 대우그룹의 채무면제 이익금이 9조127억원에 달했던 만큼 이를 제외하면 올 1분기가 사실상 사상 최대규모다. 이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낸 1999년의 연간 순이익(8조9,614억원)의 111.5% 수준이다.
등록기업 역시 당기순이익(1조248억원)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신규등록한 기업을 제외하고 기존기업만 보면 8,72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130.9% 늘어났다. 특히 PCB업체인 이수페타시스 등 25개사(일반 14, 벤처 9)는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초과했다.
한편 매출의 경우 상장법인은 2.46% 감소했고, 등록기업은 20.9% 증가했다. 특히 상장법인 매출감소는 저금리에 따른 금융업종 매출(-6.0%)이 크게 줄어든 데다, 기업 구조조정과 수익성위주 경영 전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상장ㆍ등록기업(금융업 제외)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각각 8.57%와 7.2%로 1,000원 어치를 팔아 약 86원과 72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각각 0.27%포인트와 1.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11개 대기업 모두 흑자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 제한 대상 19개 그룹 가운데 공기업을 제외한 11개그룹 모두 사상 처음 당기흑자를 기록했다. 한진 현대 금호 현대중공업 한화 등 5개 그룹이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나머지 삼성 LG 등은 흑자규모를 키웠다. 11개 그룹 매출(67조718억원)은 3.84%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0%와 129.67%가 증가했다.
재무구조도 한층 탄탄해졌다. 이들 그룹 자본총계는 전년동기비 7.92%가 늘어난 반면 부채총계는 5.09%가 줄어, 부채비율이 18.31%포인트(151.88%→133.57%) 줄었다. 그룹별로는 LG그룹 순이익이 165.21%가 늘어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두산그룹(143.70%) SK그룹(133.72%) 현대차그룹(94.08%) 동부그룹(52.92%) 순이었다. 부채비율은 LG그룹이 전년동기비 38.91%포인트가 줄어 가장 크게 개선됐고 현대차그룹(37.07%포인트) 삼성그룹(28.65%포인트)도 자금흐름이 좋아졌다.
최윤필기자
■투자 포트폴리오 어떻게…통신-은행株 2분기 유망주
16일 발표된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올 1ㆍ4분기 경영성적표는 훌륭한 투자 나침반. 대부분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1분기 경영실적을 반영한 까닭에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지만, 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 업종별ㆍ종목별 차별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인 만큼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생각할 때다.
전문가들은 “1분기 ‘턴어라운드’(turn-aroundㆍ실적개선) 및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예상밖 실적) 모멘텀은 지난 1~3월 동안 소진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2분기 실적 추이와 하반기 이후 수출경기 회복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내수부양정책 등으로 건설업과 유통업 등이 1분기 수혜주였다면, 2분기 이후에는 수출주와 전자부품 업종의 실적개선이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집계 결과 1분기 업종별 순이익 증가율은 섬유ㆍ의복이 913.34%로 가장 높았고 이어 건설(517.26%), 유통업(454.31%), 전기전자(183.93%) 등이 뒤를 이었다.
SK증권 김종국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핸드폰 부품 및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DVD(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등 정보기술(IT)관련 업종의 수익성 향상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분기 실적호전의 지속성 여부. 대한투자신탁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1분기 실적호전 종목 중에서 매출ㆍ영업이익ㆍ순이익 증가율이 일정수준(10%) 이상 되고 앞으로도 영업호전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자부품ㆍ통신업종ㆍ은행 등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적했다.
동원증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1분기 실적 확정치가 미반영된 중소형주나 미처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실적호전 소형주들은 5월 중순까지 반영과정이 남아있다”며 “금융업종ㆍ내수업종 등의 상승모멘텀 역할이 약해지는 대신 하반기 미국경기 및 수출 회복을 전제로 반도체ㆍ반도체 재료ㆍ장비주 등의 IT업종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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