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가 16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부모님께 면목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국민에게도 한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죄송합니다”고 했다.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마당에도 그의 의식 속에는 그저 ‘부모님’밖에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홍걸씨가 평소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자세보다는 ‘출세한 아버지’를 둔 ‘보통 아들’로 살아왔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대통령 아들’의 그 같은 안이한 삶의 태도가 비리와 부정을 낳았고 그 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홍걸씨를 소환한 ‘이명재 검찰’이 이제까지 누차 강조해온 대로 엄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우리는 이를 지켜 볼 것이다.
다만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홍걸씨가 사법처리 대상에 오르게 된 이번 일의 책임이 과연 홍걸씨 개인에게만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현철씨 비리’로 인해 김영삼 정권이 비참하게 허물어지는 것을 목도했던 현정권의 담당자들은 절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을 국민 앞에 다짐했었다.
지금에 와서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보고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등의 해명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대통령의 아들을 내세우면 무슨 일이든 된다’는 믿음이 시중에 나돌았고 또 그것이 현실화하는 것을 방치한 것도 분명히 광의의 공범(共犯)이다.
고향사람끼리, 같은 학교 출신끼리 모여 형님 동생 하면서 인사와 이권을 좌지우지하는 풍토 아래서 ‘대통령의 아들’은 가장 ‘끝발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14일 밤 홍걸씨가 극비 귀국하는 과정에 청와대 국정원 경찰 등 국가기관이 동원된 것도, 현정권이 아직도 왜 홍걸씨가 저렇게 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의 아들이니 당연히 청와대 경호실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기관이 홍걸씨의 귀국사실을 은폐하는데 나선 것은 ‘업무 이외의 공권력 사용’이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비리의 싹’이었다는 점에서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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