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계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제재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 시중은행들이 마구잡이식 회원확보 경쟁에 가세, 카드시장이 다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특히 일부 은행은 수천만원대의 고급 승용차까지 부상으로 내걸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신규회원 유치행사를 펼치는 등 영업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이 달부터 7월 31일까지 90여 일을 ‘신규 카드회원 유치 프로모션기간’으로 설정, 고객을 많이 확보한 직원에게 2,000㏄급 승용차와 대형 프로젝션TV 등을 부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 동안 일부 재벌계 카드사들이 신규회원 확보실적에 따라 ‘유치 수수료’ 명목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적은 있지만 승용차 같은 고액의 경품을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은행은 신규 카드회원을 1,000명 이상 유치한 직원에게 2,000㏄이상의 SM5 또는 뉴EF쏘나타를 주겠다고 공고했으며, 500명 이상은 550만원 상당의 삼성PAVV 55인치TV와 홈씨어터 장비, 400명 이상은 480만원 상당의 에어컨과 양문형 냉장고, 300명 이상은 260만원 상당의 에어컨을 부상으로 내걸었다.
이 같은 과도한 회원유치 경쟁은 무자격자 및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 남발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감독당국이 최근 8개 전업카드사, 17개 은행카드사 등 총 25개 카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한미은행의 법규위반 건수가 은행카드사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당국은 한미은행에 대해 소득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미성년자등에게 제휴 카드를 발급한 사례 71건, 명의를 도용한 사람에 대한 발급 7건 등 총 78건의 법규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이는 한미은행에 비해 자산규모가 6배 가량인 국민은행의 14건보다도 5배 이상 많은 규모.
일부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제재조치로 LGㆍ삼성카드 등 전업 카드사들의 회원 가두모집이 금지된 틈을 노려 전업 카드사 소속 모집인에 대한 스카우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전업 카드사들의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점 주변에는 수백만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회사를 옮길 것을 권유하는 은행계 카드사의 홍보전단이 매일 수 백장씩 뿌려지고 있다.
실제로 전업카드사 소속 모집인들이 은행계 카드사로 집단 이직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은행들이 모집인까지 뺏어가면 전업 카드사들은 상당한 영업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은행들이 워낙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주요 전업카드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풀리면 양측의 충돌로 시장이 다시 혼탁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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