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만을 놓고 볼 때 한국축구는 아시아 최강이다. 아시아 국가 중 최다출전 기록(6회)을 세웠고 5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는다.그러나 본선 성적은 형편 없었다. 통산 14전4무10패에 11득점 43실점이 고작이다. 통산 랭킹은 44위.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40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1번이라도 진출한 나라는 모두 65개국이며 한국은 이중 1승도 올리지 못한 18개국에 포함돼 있다.
1966년 대회서 8강에 오른 북한이나 94년 대회 16강팀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하면 최다출전 기록은 빛이 바랜다. 그러나 한국은 홈에서 치르는 이번 월드컵을 16강 진출의 호기로 삼고 있다.
▼전력 한국은 2000년 아시아선수권서 3위에 그친 뒤 네덜란드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 월드컵을 준비했다.
히딩크호는 출범이후 17개월간 28경기를 치러 10승9무(승부차기승 포함)9패에 34득점 36실점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다.
선수들이 선진축구를 이해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수 없이 겪었고 득점력 빈곤과 수비력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올 1월 미국ㆍ남미 전지훈련 6경기서 고작 4득점에 9실점한 한국은 4월 유럽전지 훈련을 계기로 일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유로 2000의 8강팀인 강호 터키를 상대로 한 경기(독일)서는 선수들이 절제 있는 움직임과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기대를 갖게 했다. 상대의 전력과 경기장소가 터키의 홈에 가까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선전한 셈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후 총 61명을 테스트해 이중 43명을 A매치에 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뽑힌 23명의 엔트리는 노장과 소장이 조화를 이룬다.
올 초까지는 젊은 피가 주축을 이루는 듯 했지만 지난 달 유럽전훈 이후 안정환 윤정환 홍명보 등 노장들이 가세, 균형이 잡힌 것이다. 평균연령은 27세1개월로 98월드컵팀(29세10개월)에 비해 2년9개월이나 젊어 졌다.
공격진에서는 황선홍 최용수의 황금 투톱을 중심으로 최태욱 이천수 차두리 등 발이 빠른 신예와 힘이 좋은 설기현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격조합을 만들어 냄으로써 상대팀들이 한국의 전력을 평가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던 공격의 단조로움과 골 결정력 부족은 안정환 윤정환 등 걸출한 플레이메이커의 등장으로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강점
수비가 훨씬 강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과 좌우 사이드백 이을용 송종국, 노장 3백 라인의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이 화음을 연출함으로써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또 본선 상대국인 미국과 폴란드의 수비진이 다소 느린데 반해 한국의 공격은 빠른 측면 돌파가 가능하다.
▼단점
수비는 예전에 비해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일 뿐 여전히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은 짧은 패스에 의한 상대의 돌파에는 상당히 강해졌다.
그러나 긴 센터링이나 2선에서의 침투 등 단 한번의 순간적인 기습공격에는 아직도 약점을 보인다. 미국 폴란드 등이 이러한 공격패턴을 모두 구사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처가 16강 진출의 관건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히딩크 감독…선수 장악능력 탁월
대한축구협회 가삼현 국제부장(현 월드컵조직위 경기본부장)이 한국대표팀 사령탑 영입을 위해 히딩크 감독을 처음 만난 때는 2002년 12월이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대뜸 “(한국) 선수들에게 아무 이유없이 지금 당장 나무에 올라가라고 지시한다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가 부장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좋은 전통”이라며 머리를 끄덕였고 며칠 뒤 감독직을 수락했다.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그는 한국선수들을 마치 아이 다루듯 했다. 톡톡 튀었던 김병지의 성격을 다잡은 것도 그였다.
또 이천수 등 젊은 선수들이 자만심에 빠질 때는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주어 바로 잡았고 성격이 얌전한 선수들에게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1996년 유럽선수권 때 네덜란드팀의 흑인소장파와 백인노장파의 반목을 수습하고 98년 월드컵서 4강을 일궈낸 그의 선수 장악능력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한국생활을 지금까지 끌어올 수 있었다. 그는 1월 미국ㆍ남미 전훈서 극심한 부진으로 국내의 비난 여론과 함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4월 유럽전훈을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했다.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와의 문제도 그만의 유연한 대처로 극복했고 지난해 5월 프랑스에 0-5로 대패했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지도방법은 체계적이고 일관적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그의 지도력에 의문을 던지는 지도자들도 있다. 그의 진정한 평가는 월드컵이 끝난 뒤 이루어질 것이다.
이종수기자
■홈이점 최대활용 첫 경기 징크스 이번에는 깬다
통계나 실력으로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대회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때보다 16강 진출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의미다.
우선 홈에서 치르는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시차나 문화 날씨 음식 등 환경의 차이가 없다. 1990년 이탈리아대회 때 한국은 경기 시작 6일전에 현지에 도착, 시차나 분위기 적응에 많은 애를 먹었다. 당시 이회택 감독은 “현지에 늦게 도착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한탄했을 정도였다.
또 일방적인 홈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싸운다. 98년 프랑스대회에서 네덜란드에 0_5로 대패한 이유 중 하나가 경기장을 꽉 메운 네덜란드 팬들의 광적인 응원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이점이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심판은 물론 상대팀은 위압감을 갖게 마련이다.
또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많은 지원을 받았다. 비디오분석가와 체력 담당을 포함한 전문적인 코치진이 10명에 이르렀고 장비와 측정기구 등 과학적인 훈련을 도입했다. 선수들의 체력도 과거에 비해 놀랄 정도로 강해졌다.
선진축구를 많이 경험했다는 것도 강점이다. 덴마크 프랑스 체코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 터키 우루과이 등 대륙별 강팀을 모두 경험했고 본선 상대국인 미국과는 두 차례나 싸웠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첫 경기에 대한 징크스다. 역대 월드컵과 올림픽 때 대부분 첫 경기 실패로 결국 좌절했다. 지난 해 홈에서 치른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서도 0_5로 대패했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 16강진출의 관건인 것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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