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스포츠 선수에 대한 병역혜택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 鄭夢準)는 최근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경우,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선 국위선양을 위해 병역혜택이라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형평성을 깨서는 안된다는 반대의견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스포츠평론가 김동식(金東湜ㆍ경원전문대 경원헬스파크 책임연구원)씨와 문화평론가 주연선(朱然鮮 ㆍ은행나무출판사 대표)씨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 김동식 경원전문대 경원헬스파크 책임연구원

▽병역수행 못지않은 국위선양

“스포츠를 통해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면 군복무 못지 않게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 아닙니까. 국가와 국민이 선수들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이 합당하지요.”

김동식씨는 군복무와 스포츠 활동을 국위선양이라는 동일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으면 운동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가 병역의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드컵 대표 선수들은 최근 병역특례가 어려울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고 나서 조금 맥이 빠진 상태입니다.”

그는 과학, 교육 등 타 분야도 비슷한 논리로 병역혜택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신체훈련을 위주로 하는 스포츠의 특성을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포츠 선수는 1주일만 쉬어도 근육이나 기능이 떨어지는데 2년여동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어요. 선수들이 비난을 무릅쓰고 편법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병역면제가 어렵다면 공익근무제와 유사한 스포츠 병역특례제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병역의무가 있는 선수가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3~5년 가량 스포츠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도 또는 봉사활동을 하는 현 제도를 도입하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군복무를 연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군생활에 적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스포츠 선수의 병역혜택은 국민정서와 일치하지 않는 측면도 있으므로 공청회 등을 통해 대안을 찾는 작업을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반대 / 주연선 은행나무출판사 대표

▽국민개병제 원칙에 어긋나

“단지 스포츠 부문에 뛰어나다는 이유로 병역혜택을 받는다면 묵묵히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젊은이들은 뭐가 됩니까.”

주연선씨는 스포츠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불안해 하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도 병역의무를 마치는 현실에서 원칙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치고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현행 제도상 병역의무를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받아들이는 것이 떳떳하지 않겠습니까? 트릭은 운동장에서만 용납되는 것이지요.”

그는 “군복무 기간 기량이 떨어지는 문제라면 복무시기를 20대 후반으로 연장하는 방법도 있다”며 “선수들이 병역의무를 아예 기피할 의도가 아니라면 병역의무도 마치고 선수생활도 할 수 있는 병역 연기는 왜 제안하지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스포츠 분야에 대한 병역혜택은 장기적으로 대체복무제도를 축소하겠다는 국방부 방침과 역행하고 다른 분야 종사자들이 비슷한 논리로 병역혜택을 요구하면 국민개병제 원칙이 깨지고 사회갈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의 스포츠를 이런 식으로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이고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성과지상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포츠 본래의 심신수련이라는 목적을 되찾고 원칙을 지키는 대중 스포츠로 나아가야 합니다.”

■스포츠 선수의 병역혜택

현행 병역법 시행령 49조는 운동 선수가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따면 공익요원으로 추천받아 사실상 병역면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스포츠 선수가 정당하게 병역혜택을 받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만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프로야구선수 박찬호, 이승엽 등 스타급 선수 몇몇이 이 조항에 따라 병역혜택을 받았다.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해도 병역혜택이 없다. 이번에 논의 대상이 된 축구대표팀의 엔트리 23명 가운데 병역 미필자는 안정환, 차두리 등 10명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는 폐지될 예정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