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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약에 대한 그릇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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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약에 대한 그릇된 인식

입력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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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평가받고 있다.1840년 중국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이 전쟁은 아편이 빌미가 되어 일어났다.

산업혁명 이후 인도를 식민지화하는데 성공한 영국은 자국 상품이 중국에서 인기가 없자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팔아 넘겼다. 이른바 삼각무역이다.

이로 인하여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 중국은 주로 밀무역으로 행해졌던 아편의 반입을 전면 금지시켜 버렸다.

또한 이미 광주(廣州)항에 들어와 있던 아편 2만여 상자를 폐기함으로써 영국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조치를 내리기까지 중국 조정 안에서 진통이 없지 않았다. 즉 영국의 아편 반입에 대한 엄금론와 인정론이 맞서 있었다.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인정론은 당시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아편을 엄금한다면 밀거래가 더욱 심화되어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논리였다.

인정론자들은 주로 아편거래와 관련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던 집단이었다. 결국 당시 황제 도광제는 엄금론에 손을 들어 단호하게 대처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이에 대한 영국의 대응은 흥미로웠다. 소위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도 역사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

중국 출병의 가부를 결정하는 의회 표결에서 신사의 체면을 지키려는 사람들, 즉 휘그당은 전쟁을 반대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지고 말았다.

어찌됐던 이 전쟁에서 중국은 전투다운 대결도 제대로 못해 보고 영국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1842년 치욕적인 남경조약을 맺어야 했다.

잠자던 사자가 종이호랑이(紙虎)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중국의 근대사는 마치 피자를 조각내듯 과분(瓜分)상태를 면치 못했고, 아편의 폐해도 극심했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마약과 관련된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인기 연예인이나 저명 인사의 필로폰 투약과 대마초 흡연, 젊은이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는 엑스터시, 해외 마약관광 소식까지 들려온다.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 않는 소식들이다. 그 뿐인가 필로폰을 투약한 택시기사의 질주 장면이 TV를 통해 버젓이 안방까지 전달된다. 이제 마약은 더 이상 남의 나라 불구경이 아닌 바로 우리 문제가 되고 있다.

몇 해 전 TV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필로폰 중독으로 경찰에 적발된 한 부부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포장마차에서 함께 장사를 하는 부부라고 했다.

투약 이유를 묻자 남편은 "이승에서는 내 능력으로 아내에게 이런 행복을 맛보게 해 줄 수 없어서 함께 투약했다"고 말했다.

세상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연민을 느끼기도 했지만 실로 어리석고 두렵기까지 한 부부 사랑이라는 절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부부가 추구하는 순간의 행복은 심각한 마약 중독과 후유증으로 연결된다.

아편은 적절하게 쓰면 진통의 효과를 가져오는 명약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남용하면 심신에 치명적인 해독을 줄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비만치료제 등으로 속여 팔고, 또 그렇게 알고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최근에는 엑스터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약이라는 의식이 없이 마구 번져나가는 것 같다. 어떤 복용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가 즐기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런 의식에 비춰보면 당국이 지금까지 마약 문제에 적절히 대처해 왔겠지만 앞으로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독자에 대해 처벌에 앞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마약의 폐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홍보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사회교육 차원에서 폭 넓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약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나라까지도 송두리째 망하게 한다.

박지훈 경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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