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이틀 전 원로방송인 8명을 '참 방송인'로 선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마련된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우리나라에서 방송이 시작된 1927년부터 활동한 사람들 중에서 방송인의 사표가 될만한 인사들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진흥원은 지난 해 처음으로 방송1세대 11명을 헌액한 바 있다.
■명예의 전당은 공적이 탁월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카우보이전당, 발명가전당, 위대한 미국인전당, 로큰롤전당등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위인'을 만들고 역사를 쌓아간다. 2년 전 박찬호가 친 홈런볼도 뉴욕주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영구보존됐다.
LA다저스팀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투수가 깼다는 의미에서다. LPGA에서 동양인으로는 두번째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박세리도 10년이라는 기간규정만 채우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에도 어느 새 명예의 전당이 많아졌다. 삼성그룹은 1995년 명예의 전당을 만든 뒤 임직원들의 업무열의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해마다 한 번 인원제한 없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헌액된 임직원에게는 퇴직 후에도 현직 급여의 일정 비율을 종신연금으로 주며 본인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준다.
과기부는 이공계 기피현상과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로 했다. 성적우수자를 명예의 전당에 올려 표창하는 학교도 있다.
신문기자전당은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다.
■그러나 스포츠나 연예처럼 숫자로 업적을 계량할 수 있는 부문 말고 상원의원전당을 운영하는 미국처럼 국회의원전당이나 기업인전당 같은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대상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역대 정권의 대통령 자녀들이 하나같이 물의를 빚거나 수감되는 나라에서 '권력과 인기는 짧고 명예는 길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대통령의 막내아들 홍걸씨의 검찰출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들 마음 속에는 이미 '불명예의 전당'이 세워져 있고 그 곳에 헌액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임철순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