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사건에는 일정한 ‘공식’같은 것이 있다. 사소한 꼬투리나 조그만 욕심에서 시작된 다툼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5년전 김현철씨가 구속된 것도 가까운 사이였던 의사 박경식(朴慶植)씨와의 불화가 도화선이었다. ‘최규선 게이트’도 이 공식에 딱 들어맞는다.
지난 3월 28일 최씨의 비서 겸 운전사였던 천호영(千浩榮)씨는 PC방을 찾아가 20대 청년에게 3만원을 주면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시민단체(경실련)홈페이지에 띄워달라고 했다. “
… 최씨는 경합중이던 월드컵 복권 사업권을 홍걸씨를 배경으로 타이거풀스로 낙찰시키고….” 이른바 최규선게이트의 서막이었다.
둘간의 불화도 사소한 것이었다. 강남의 한 극장 1층에서 커피숖을 운영했던 최씨는 천씨 동생이 4층 매점에 커피자판기를 들여놓자 천씨측에게 ‘철수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주먹이 오가고 고소사태로 까지 비화되면서 둘 사이는 금이 갔다.
천씨의 폭로는 곧 언론에 보도됐다. 며칠 후 천씨가 가지고 있던 ‘최규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본지 4월9일자 특종 보도)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황한 최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이를 부인하며 “홍걸씨에게 용돈조로 수만달러를 줬다”고 폭탄 발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검찰은 최씨 등 관련자 6명을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측도 12일 시내 한 호텔에서대책회의를 갖고 여권 핵심부 등에 필사적인 구명로비를 벌였고, 같은달 14일 핵심 관련자인 최성규(崔成奎)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돌연 출국해 의혹은 커져만 갔다.
검찰은 16일 최씨를 소환, 각종 이권 개입 명목으로 10억6,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최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 인사 주도로 대책회의를 갖고 나에게 해외 밀항을 권했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날 민주당 설 훈(薛 勳)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최씨 자금 2억5,000만원수수설’을 폭로했다.
며칠 뒤에는 최씨가 검찰 출두 직전 ‘대통령과의 교분’등을 주장한 육성 녹음테이프가 공개돼 청와대에 직격탄이 날아갔다.
검찰의 수사도 속도가 붙었고, 검찰은 홍걸씨가 최씨에게 28억원을 받은 혐의를 확보했다.
미국 LA에 체류해 온 홍걸씨는 14일 저녁 극비 입국했지만 소환 연기를 요청했다. 16일 오전 10시, 홍걸씨는 피곤한 모습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검찰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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