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미국이 빅 브라더 사회가 되는 게 아닌가.”9ㆍ11 테러 이후 미 정보기관들이 대 테러경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관들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행위가 빈발하면서 미국 사회가 빅 브라더 지배 체제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고 미 CBS방송이 15일 보도했다.
CBS는 최근들어 일반인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의 뒷조사가 극심해지고 있다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고 이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전화회사에 근무하는 배리 레인골드(60)는 최근 자신이 이용하던 헬스클럽 탈의실에서 친구들과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비판하는 논쟁을 한 며칠 뒤 뜻밖에도 FBI 요원의 방문을 받았다.
심야에 집을 찾아온 2명의 FBI 요원은 레인골드에게 “누군가로부터 당신이 9ㆍ11테러와 아프간전쟁에 대해 말한 내용을 제보받았다”고 말하고 발언배경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또한 캘리포니아주에서 평화운동가로 일하는 케이트 라파엘(여)도 최근 FBI 요원이 찾아와 자신이 알고 지내는 아랍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기분이 몹시 상했다.
최근 반전 데모에 자주 참여했던 라파엘은 “아랍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정보기관의 임무인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개인적인 교제 대상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비단 이 같은 경우뿐 아니라 미국의 각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 등에는 요즘 하루에도 10여 건 이상의 인권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는 정보기관의 과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지난해 테러 사건 이후 후속 테러 방지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워싱턴시는 연방정부의 지원 아래 700만달러를 들여 도심 주요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의사당과 링컨기념탑, 백악관 주변은 물론 인근 공항 등에 설치된 200여 개의 카메라는 모든 상황을 포착해 워싱턴 시경 상황실로 전송하며 정보요원들은 이를 24시간 정밀분석한다.
전화와 인터넷 통신에 대한 감청 행위도 과거에 비해 훨씬 강화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자프라이버시 정보센터(EPIC)의 크리스 후프네이글은 “대 테러 전쟁이 미국 내에서는 빅 브라더 현상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경찰과 정보기관이 사회치안보다 모든 시민을 감시하는 데 주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장은 의회 증언에서 “우리는 특정인의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뒷조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테러 방지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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