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울산)와 최태욱(안양), 부평고 동기동창이자 동갑내기(21)로 스피드가 무기인 월드컵대표팀의 막내다. 청소년대표와 지난 해 8월 히딩크사단 합류 등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하지만 둘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이천수가 조금 뻔뻔해 보일 정도의 당돌함으로 뭉쳐 있다면 최태욱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순둥이에 가깝다.
이천수의 자신감에는 거침이 없다. “왜 야구에만 박찬호 같은 스타가 있나. 차범근 이후 축구에 월드스타가 없어 화 난다.” “한국에는 존경할 만한 선배가 없다.” “이 정도의 감각이라면 세 차례 평가전은 나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어찌보면 자신감을 넘어 당돌하기 까지 하다.
대표팀 최주영 물리치료사는 “천수는 주전에서 빠지면 몸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한다. 이천수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종 이천수에게 히딩크 사단 초기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수모는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얼마나 참기 힘들었으면 자기를 인정해주는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을 따라 중국으로 갈 생각까지 했을까. 두 달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
조민국 고려대 감독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러나 “월드스타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는 그는 그 후 두 배로 운동을 했고 마침내 2001년 8월 히딩크호에 승선했다.
오른발잡이 이천수는 히딩크 감독 밑에서 왼발잡이로 새로 조련됐다. “왼발을 잘 쓰는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라는 생각으로 땀을 흘린 끝에 대표팀의 왼쪽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천수의 또 하나 목표는 대표팀의 확실한 전문키커 자리를 꿰차는 것. 골키퍼 김병지는 “요즘 천수의 프리킥이 가장 돋보인다”는 말로 무게를 실어준다.
자존심이 상하면 몸까지 아파지는 이천수와 달리 최태욱은 외유내강형이다. 김현철 주치의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혼자 참아내다가 문제를 키운다”고 말할 정도다. 대표팀 탈락의 시기가 이천수에게 고통이었다면 최태욱에게는 담담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최태욱은 “요즘 기죽지 않고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한다.
“천수에게 라이벌의식은 느끼지 않는다”는 최태욱은 “초등학교 때는 내가 더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천수의 활약이 눈부셨다”면서 은근히 친구를 띄워준다.
그러나 서로 자극도 됐다. 최태욱은 “천수를 보고 야간 개인훈련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최태욱은 이천수와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해외진출의 꿈을 다지고 있다.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사이”라고 입을 모으는 최태욱과 이천수. 둘은 월드컵을 디딤돌로 월드스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우선 팀 내 주전경쟁이라는 1차 관문을 뚫어야 한다.
3-4-3 전형의 공격수 자리 중 양쪽 날개 자리를 놓고 친구간 선의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어쩌면 경쟁 대신 오른쪽 왼쪽을 친구 둘이서 사이 좋게 나눠가질 가능성도 높다.
●이천수
생년월일 1981년7월9일
출생지 인천
신체조건 172㎝ 62㎏
경력 부평초-부평동중-부평고 고려대 중퇴-울산 현대
가족관계 이준만 박희야 슬하 2남
●최태욱
생년월일 1981년3월13일
출생지 인천
신체조건 73㎝ 67㎏
경력 만수북초-만수중 -부평고-안양LG
가족관계 최동안 김명자 슬하 1남2녀 중 장남
부산=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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