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미술센터 김명수(55)대표도 영화 ‘취화선’으로 19일 칸영화제에 참가한다.임권택 감독과 마찬가지로 MBC미술센터도 ‘춘향뎐’에 이어 두번째 칸 진출이다.
경기 남양주 서울영화종합촬영소 2,000여평의 땅에 조선시대 말기 종로거리를 재현한 ‘취화선’의 미술을 맡아 엔딩 크레딧에 ‘MBC 미술센터’의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MBC로부터 분가한 지 10년째. 모회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영화미술을 선택했다.
1994년 ‘영원한 제국’부터 ‘꽃잎’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아름다운 시절’ ‘내 마음의 풍금’ ‘이재수의 난’ ‘춘향뎐’ ‘단적비연수’ ‘취화선’ ‘뚫어야 산다’까지 매해 한 편씩 참여했다.
사극이나 시대극 일색인 데는 이유가 있다. “충무로에는 사극이나 시대극의 미술을 감당할 만한 곳이 없다.
미술용품 30여만 점과 방송사극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자산으로, 충무로를 공략했다”는 것. 올 3월 ‘취화선’의 미술작업이 끝나자 시나리오 6편이 들이닥쳤다.
그 중 검토중인 강제규 감독의 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제) 역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대규모 전투신이 들어가는 시대극이다.
‘취화선’으로 올린 매출은 22억. MBC미술센터의 연간 매출이 약 300억원이니까, 영화 한 편만으로도 꽤 큰 돈벌이를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수익율이 20% 정도는 되야 하는데, ‘취화선’으로 벌어들인 순수익이 1억원에 불과하다. 목표 미달”이라고 말한다.
“미술작업에만 참가하지만 도박 같은 영화의 흥행을 확인하기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재수의 난’은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회사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외주제작프로그램의 미술비용도 MBC 본사가 일괄 처리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제작업체로부터 직접 회수해야 한다.
MBC와의 사업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했으나, 2002년에는 이를 70%정도로 줄이는 것이 목표. 미술만을 담당하지만 영화작품 선택을 위해 시나리오 뿐 아니라, 영화사 재무구조까지 파악할 정도로 신중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PD출신으로 2001년 3월 미술센터 책임자가 된 김 대표는 “도둑질 빼고는 무엇이든 돈 되는 일이라면 해야 하는 현실에서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3년 전부터는 비용 회수가 비교적 쉬운 전시, 공연 미술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8억원규모의 월드컵 전야제 행사의 무대미술도 맡았다.
“MBC라는 브랜드 때문에 방송미술에만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MBC미술센터의 자립은 지금부터입니다.”
찾기 힘들다고 무조건 새로 제작하기 보다는 ‘재활용’을 강조한다. 비용도 절감도 있지만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30여만점의 미술용품, 20만여 의상과 액세서리, 10만점의 소품 등이 창고에 쌓여있다. ‘취화선’의 의상 등을 보관할 창고 임대료만도 1년에 1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자칫하면 겉으로는 남고 속으로 밑지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분류작업이 시급합니다. 그래야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두 차례의 칸 영화제 진출로 영화미술 분야에서도 입지를 굳혔다"는 MBC 미술센터 김명수 대표.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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