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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공동화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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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공동화 '발등의 불'

입력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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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조만간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 거세고 국내의 고비용 체제가 심화하면서 최근 들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 성장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지만 속도가 빨라질 경우 자칫 산업 기반이 뿌리째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생산거점 해외이전 빨라진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의 제조업체 22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1%가 이미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했고, 33.8%는 이전을 계획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대상으로는 중국(65%)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동남아(13.9%) 미국(5.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향후 3~5년내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 대두하고 있다. 이번 상의 조사 결과 앞으로 3년 후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76%를 차지했다.

선진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사례를 볼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께 GDP 2만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년 이내에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앞을 다퉈 해외 이전에 나서는 가장 큰 목적은 비용 절감과 노동력 확보에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한ㆍ중 경쟁력 요소비용 실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건비는 중국의 평균 7~8배 수준이며 최고 4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분양가 역시 중국보다 평균 4.2배, 최고 250배 높았으며 금융, 노동, 세제, 인프라 등 거의 모든 요소비용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평가됐다.

■ 공동화 영향 및 대책

충분한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급속 진행될 경우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해외투자 확대 →국내 투자 침체 →공장 폐쇄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 →실업 확대 →국제수지 악화 및 환율 평가절하’ 등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물론 긍정적 효과도 없지 않다. 경제 자원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조업, 지식집약형 서비스업 등으로 이전되면서 기술 혁신이나 뉴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고, 소비시장도 한층 고도화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제조업 공동화의 속도 조절 여부,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적절한 사전 대비능력에 달려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단순히 저임금을 목적으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기술마저 공동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현지에서 개발 및 연구 기능을 확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공동화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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