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중국 경찰에 연행된 장길수군 친척 탈북자 5명은 일단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신병이 인도되는 방향으로 관계국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그러나 중국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 구내에 진입해 이들을 강제연행하는 데 일본측의 동의가 있었다는 중국측의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일본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대목의 사실 관계는 중국이 빈 조약 등 국제법을 위반했는지, 아니면 일본이 탈북자의 인권을 무시했는지를 가리는 관건인 만큼 신병처리 문제와는 별도로 여전히 중요한 외교적 의미가 남아 있다.
14일에 드러난 새로운 정황으로 일본측이 상당히 수세에 몰리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대사가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대사관 전체회의에서 “탈북자가 대사관에 들어올 경우 수상한 사람으로 간주해 쫓아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탈북자 문제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일본 공관에의 진입을 막는 것이 일본의 기본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탈북자가 일단 공관 내에 들어오면 인도적 견지에서 보호해라.
테러 대처라는 관점에서 수상한 사람이 대사관에 허가 없이 침입하는 것을 저지해 대사관 밖에서 사정을 청취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들조차 이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탈북자 5명이 사건 당시 일본 총영사관의 경비 담당 부영사(일본 경찰 파견직)에게 망명 의사와 신상명세를 담은 영문 문서를 전달했으나 부영사가 돌려주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15일 일본 언론 보도에서 드러났다.
중국 경찰이 5명을 총영사관 정문 앞 초소에 끌어낸 뒤 중국 경찰이 보는 가운데 5명 중 1명이 부영사에게 중국어로 “우리는 북한 사람”이라며 문서를 주었으나 그대로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13일 일본 외무성의 조사 결과 발표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이 사실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부영사가 영어를 못읽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돌려주었다”고 뒤늦게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일본외무성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14일 자민당의 외교관계합동회의에서도 “보고서가 모순 투성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야4당은 15일 국회 예산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 심의할 것을 여당측에 요구했다.
일본이 198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조약에 가입했지만, 일본의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은 일본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난민 신청만을 규정하고 있고 사실상 재외공관에의 정치적 망명을 인정하지 않아 온 ‘난민 쇄국 정책’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