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권업계의 최대 이벤트인 KT(옛 한국통신) 공모 청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지분 28.36%(시가 기준 5조원 규모)를 매각하는 이번 청약의 특징은 연 4.4%의 3년 만기 수익률이 보장되고 주가 상승시 주식으로 교환해 투자수익도 얻을 수 있는 교환사채(EB) 우선배정 프리미엄이 주어진다는 것.하지만 일반 및 기관투자자 청약경쟁률 및 공모 수익률의 최대 변수는 총 지분의 15%(EB 포함)에 이르는 대기업(전략투자자) 청약물량이 얼마나 원활하게 소화되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청약 어떻게
일반투자자는 17, 18일 양일간 주간사인 LG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3사와, 청약취급 증권사인 대우 동원 굿모닝 대신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청약물량 가격만큼의 청약증거금(증거금율 100%)을 준비해야 한다.
최소 청약한도는 100주 이하의 경우 10주, 500주 이하는 50주, 1,000주 이하는 100주다. 5,000주 이상 청약자는 1,000주 단위로 청약해야 하고, 최대 청약한도는 총 주식수의 0.5% 미만인 56만1,000주.
주권은 25일(토요일) 교부되지만 매매는 27일부터 가능한 만큼 청약 희망자는 청약증거금이 최소 열흘가량 묶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 공모가는 어떻게
공모가는 정부와 KT, 주간사가 1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북빌딩(Book Buildingㆍ수요예측) 결과와 국유재산법상의 매각가 산정결과 가운데 높은 것으로 결정한다.
수요예측 결과는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 매입 희망수량과 가격(할인율로 제시)에 따라 결정되고, 국유재산법상 기준가는 직전 거래일 30일 간의 주가를 산술 평균해 도출된다.
또 북빌딩 가격 범위는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상ㆍ하위 6% 범위로 정해졌다. 즉 16일 당일 5만원이라면 4만7,000~5만3,000원 범위 내에서 할인되거나 할증해서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공모가가 현물가보다는 쌀 것(할인율 적용)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주식을 굳이 목돈을 묶어두면서 비싼 값에 공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15일 정부지분 매각 당시에는 4%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이 같은 전망에 근거해 일부 기관은 KT 공모가를 낮추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KT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할인율 적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물을 비싼 값에 팔고, 공모에서 물량을 채워 넣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실제로 그간 KT 주가의 발목을 잡아 온 정부지분 악재가 해소되고, 최근 주가가 실적대비 저평가라는 분석이 대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KT경영권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지분경쟁이 빚어질 경우 의외로 높은 할증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EB배정 프리미엄도 변수
일반인의 경우 청약물량 만큼의 EB를 21일 별도 청약을 거쳐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일반 청약 이후 현물 주가가 상승해 EB 물량 만큼 주식을 더 배정 받을 수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액면이자율 3%에 만기 수익률 연 4.4% 금리면 좋은 조건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의 경우 1월 EB 발행 당시 액면이자율은 연 2%,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3%수준이었다.
발행일 1년 뒤 주가가 30일이상 교환가보다 50%이상 수준을 유지하면 KT측이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옵션을 달았지만 50% 수익률도 낮지 않은 만큼 수요를 꺾을 만한 변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투자 어떻게
동양증권 리서치팀 노근환 팀장은 “할인율이 5%선에서 적용되거나 공모가가 5만원선에서 결정된다면 공모에 참여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할인율 적용 폭이 5% 미만이면 목돈을 묶어둬야 하는 기회비용과 기간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큰 매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대기업 참여도가 저조해 전략지분 전량 매각이 안될 경우 할인 폭이 크더라도 배정일까지의 공백기 동안 시장가격이 공모가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브릿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삼성 LG SK 등 빅3의 경우 공모 참여는 거의 확실시되지만 1% 이상 물량을 청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삼성, LG가 통신 장비업체인 만큼 KT지분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고, SK의 경우 KT가 SKT 지분을 보유한 만큼 반대급부 성격의 지분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
또 경영권 메리트가 없는 만큼 불필요하게 과다 지분을 보유할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참여 비중은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메리츠증권 이재영 연구위원은 “대기업 등 전략투자자에 배정된 물량이 총 주식의 15%(4,680만주)로 이 지분이 소화되지 않을 경우 잔여물량이 개인과 기관에 EB로 추가된다”며 “이 경우 시장이 감당해야 할 물량부담이 그만큼 증가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K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98만주였으며, 공모 직후 매물화가 가능한 기관 및 개인 배정은 약 2,400만주에 달한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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