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그제 밤 귀국함에 따라 그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검찰은 20억원에 달하는 홍걸씨의 금품수수액 중 10억원이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고 보고 있다.
단순한 용돈이나 후원금이 아니라 최규선씨가 업체들로부터 이권청탁의 대가로 받아 홍걸씨에게 준 돈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달 영장실질심사 때 한 업체에서 10억원을 받아 7억5,000만원을 홍걸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또 “홍걸씨에게 100만원 짜리 수표 300장을 줬다”는 최씨의 육성테이프 내용도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홍걸씨에게 전달될 줄 알고 최씨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업체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홍걸씨의 부인에 대비해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것이다.
결국 홍걸씨가 구속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홍걸씨가 마음을 비우고 대통령의 아들답게 여러 의혹에 대해 숨김없이 대답할 차례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경찰, 보안 요원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거짓 정보를 흘리며 홍걸씨의 귀국을 숨기는 행태를 보인 것은 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귀국 사실이 사전에 알려져 필요 이상의 곤경을 겪기 싫은 심정이야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변호인과 조용히 만나 수사에 대비할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007 작전하듯 취재진을 따돌리고, 청와대 대변인까지 곧 드러날 거짓말을 해가며 홍걸씨를 보호하는데 급급한 모습은 정말 볼썽사납다.
청와대가 대통령 아들이 저지른 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는 커녕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왕 맞을 매라면 철저하게 맞아야 한다는 지적을 이제라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꼭 5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5년 주기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것을 ‘기막힌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비통하다.
홍걸씨는 마지막까지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구속된 현철씨의 전철을 밟지 말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검찰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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